성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 줏대 있는 사람 등등... 여러 이상향이 있을 겁니다. 이 질문은 인간 내면의 뿌리에 닿아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신의 이상, 가치관, 살아온 흔적 모두를 훑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 모습과 앞으로의 지향점까지 함축해 답해야 하는, 묵직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인간관계로 이어집니다. 내 주관도 가치관도 결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매 순간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 이 질문의 답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관계를 꾸리느냐에 달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우리에겐 인간관계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줄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진인사대천명
100년 전 사람들도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를 깊이 있고 명쾌하게 풀어낸 책이 바로 <인간관계론>입니다.
이 책은 '인간 본성'이라는 불변의 성질을 다룹니다. 화려한 언변과 화술은 강조하지 않습니다. 인간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외의 것들은 겉치레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말솜씨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인간 본능을 깨우친다면 충분히 매력 있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4가지 주제로 책을 훑어봅시다.
1. 원하는 것을 주어라, 자발성
카네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발성을 강조합니다. 카네기가 말한 자발성은 무엇일까요?
만일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그것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하라고 해서 할 일이면 진작 했을 거라는 말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시켰는데, 그 사람이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뜻이죠.
한 예로 부모 자식 간 갈등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자식을 모범생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자식은 정확히 그 반대로 향하죠. 부모들이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아이는 이 악물고 도망칩니다. 부모는 아이가 왜 공부를 싫어하는지 알려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는 부모가 왜 이 재미없는 걸 시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죠.
카네기는 '가르치지 말라'라고 일갈합니다. 교육과 훈계를 멈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가 내가 바라는 것을 스스로 말하도록 유도하라는 뜻입니다. 아이가 먼저 나서서 "이것을 배우고 싶다"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을 기다리라는 것이죠. 부모는 그 선택을 존중하며 격려를 보내면 됩니다.
그러려면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배움이 주는 이로움과 즐거움을 아이가 이해해야만 진정한 공부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됩니다. 아이가 소매를 걷고 펜을 움켜쥘 때까지 말이죠. 결국 자발성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원하도록 만들고, 이를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주인공이 되고 싶어!
우리는 '중요해지려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 욕망으로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이 욕망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의 성공에는 냉엄합니다. 정말로 뛰어난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존경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드러난 작은 흠에 집착해 실수를 부풀리고, 성공은 소리 죽여 시샘하죠.이런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죠.
인간성의 내부에 존재하는 가장 강렬한 갈망은 중요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이다.
다만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선 지양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만약 우리가 상대의 욕망까지 이뤄준다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고 그의 장점을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대화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내가 아닌다른 사람을 세우는 겁니다. 어렵겠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울 겁니다. 나의 본능을 다스리고 더 나아가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기회를 잡게 됩니다. 내 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던 성취를 타인의 힘을 빌려 이룰 수 있게 되죠.
이 세상은 자기 것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기회가 따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건 지금의 저에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먼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보다 간단합니다.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가장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3.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쉬운 방법
자발성과 중요해지고 싶은 욕구, 이것만 이해해도 속 깊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체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다행히도 <인간관계론>은 실용성을 갖춘 책입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처세술도 다루고 있죠. 몇 가지 조언을 살펴볼까요?
내가 정직하게 저 사람을 칭찬하려면 그의 어떤 점을 칭찬해야 하는가?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만큼 마음에 와닿는 건 없습니다. 과할 경우 아첨이 되기도 하죠. 저는 아첨 역시 좋은 화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건 내가 아첨을 할 만큼 상대가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물론 칭찬보다 못합니다. 진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라.
나의 기준이 아닌 상대의 기준에서 사고하라는 겁니다. 흔히 취미를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곤 합니다. 무겁지 않지만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는 제격이기 때문이죠. 재밌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상대의 취미를 물어본 사람이 어느새 자기 이야기만 떠들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상대를 궁금해하면서도 자기 것을 말하고픈 욕구를 이겨내지 못해 생기는 일입니다. 서로의 관계에 결코 이롭지 못한행동이죠.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게 만든다면 어떨까요? 한순간 솟구치는 욕망을 억누르고 질문과 경청으로 상대방을 응대한다면, 당신은 어느새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말 잘 통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겁니다. 현란한 말솜씨 없이도 말입니다.
4. 갈등을 해결하라
앞서 말한 것들을 지키더라도 갈등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감정이 가장 상하기 쉬운 때이기도 하죠. 카네기는 어쩔 수 없이 의견이 다름을 표명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말합니다.
가능하다면 나와 상대방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으며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라.
대부분의 갈등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일어나곤 합니다. 옳고 그름은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우리의 감정을 섞곤 합니다. 맞고 틀리고 가 없는 주제에서도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히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우리는 토론에서도 감정이 상하곤 합니다. 주장과 반박만 존재하는 대화에서는 기분 상할 일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성적이라 여겼던 대화에도 우리의 감정이 섞여 들어간 겁니다. 감정을 다룬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이나 별다른 감정 없이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우리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면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중략) 결국 대부분의 논쟁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들을 옹호하기 위해 그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인 것이다.
인간은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체면이 서는 쪽으로 주장을 펼친다는 것입니다. 해결의 열쇠는 사실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사실을 내세운 사람의 심리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진실보다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뜻이죠.
어느 때보다 사람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지금처럼 빛을 발하는 시대는 없었죠. 멋진 아이디어 하나가 전 세계를 들썩입니다.
그렇기에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은 더욱 필요합니다. 무심코 지나친 그 사람이 지나고 보니 엄청난 기회일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 카네기의 조언은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