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는 젊지만 지혜롭기로 소문난 명의입니다. 꾸뻬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히 대화를 이끕니다. 환자들은 입 모아 그를 칭찬합니다. 그의 치료를 받고 나면 증상은 물론 가슴속 허전함까지 메워지는 마법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꾸뻬는 의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환자를 맞이하는 의사입니다. 덕분에 그의 진료실은 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꾸뻬는 인품으로도 귀감을 사는 사람입니다. 화를 다스릴 줄 알고 돌발적인 스트레스에도 나약해지지 않는 강인한 사람입니다. 그는 늘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자신보다 남의 의견을 먼저 듣습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그의 사려 깊음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이는 의사에게 상담하듯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꾸뻬는 사소한 걱정거리도 항상 진지하게 경청합니다. 그는 신중하고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꾸뻬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명예와 부, 주위의 존경과 세상의 인정을 모두 가졌죠. 그는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 친구도 있고, 사회적 성공을 이룬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족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그가 삶에 회의를 느끼며 시작됩니다.
꾸뻬는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손에는 작은 공책이 쥐어져 있습니다. 공책 겉면에는 "행복"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꾸뻬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찾길 원했습니다.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그 답을 찾으려 합니다.
꾸뻬는 여행 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합니다. 증권가에서 일하는 부유한 친구의 성공담을 듣고, 아름다운 여자 장 미셸을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중국의 한 현인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는 무장강도에게 잡혀가기도 합니다. 꾸뻬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행복을 발견합니다.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순수함을, 채소밭을 가꾸는 사람에게서 만족감을, 비행기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하며 느낀 기쁨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삶이 주는 기적을 느낍니다.
꾸뻬는 자신이 깨달은 행복의 비밀을 공책에 옮깁니다. 여행의 끝에서 그는 중국에서 만난 현인을 다시 찾아 공책을 보여줍니다. 현인은 천천히 적혀있는 말들을 음미하고선 그를 향해 미소 짓습니다. 이후 현인은 꾸뻬를 데리고 사원 높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꾸뻬는 빽빽한 산과 맑은 하늘이 조화로이 어우러진 절경을 마주합니다. 그는 자연에서 오는 충만함, 차오르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끝에서 꾸뻬는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삶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꾸뻬는 여행을 끝내며 행복한 삶을 살 준비를 마칩니다.
영화화된 꾸뻬 씨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널리 알려진 프랑스 소설입니다. 인류 공통의 이상인 행복, 그 보석을 얻는 법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냈기에 그렇습니다.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는 꾸뻬와 같은 정신과 의사입니다. 를로르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꾸뻬라는 생생한 인물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많은 이들이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원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죠. 프랑스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꼽힙니다. 튼튼한 사회보장제도, 높은 인권 수준, 국제 사회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상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다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넉넉히 먹고 마시는 게 행복과 정비례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꾸뻬는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는 방송을 듣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꾸뻬는 정신과 의사임에도 자진해서 응급 처치를 돕습니다. 그는 조치를 취한 뒤 환자를 안심시킵니다. 비행기가 도착하고, 꾸뻬를 기다리던 친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 그를 다그칩니다. 이 나라에서는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에게 함부로 의료행위를 했다가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제야 꾸뻬는 비행기 안에서 머뭇거리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뒷 일이 두려웠던 의사였습니다.
의사는 물질적 풍요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보험사도, 항공사도 마찬가지죠. 이들은 어쩌면 너무 많은 걸 가진 탓에 행복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진 걸 잃을까 벌벌 떨며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요? 꾸뻬는 가난하지만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를 방문합니다. 국민은 모두 빈곤하고, 지도자는 부패해 사욕을 위해 일합니다. 정치는 불안정해 치안과 사회보장제도는 없는 수준입니다. 꾸뻬는 이곳에서도 행복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너무도 위태로운 행복입니다. 그는 죽을 고비에서 살아나는 기쁨,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을 경험합니다. 가난 속에서 미소 짓는 아이에게 행복을 배우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에게서 숭고함을 느낍니다. 위의 행복이 헛된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부와 안정은 더 많은 행복을 위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풍요는 기술의 진보로 점점 거대해지겠지만, 그것이 행복의 절댓값은 아닐 것입니다. 적당한 결핍은 행복의 구성요소 중 하나입니다. 잃어봄으로써 가진 것의 의의를 다시 깨닫는 것, 내가 가진 것을 두 배로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독자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행복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다음은 꾸뻬의 독백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꾸뻬의 행복 노트에 적힌 구절입니다.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부유할수록, 미래를 위해 준비할수록 행복해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결핍을 품에 안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와 지금 사이의 균형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꾸뻬가 그랬듯 말입니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