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두 입장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친구 사이 다툼도, 사내 부서 간 의견 차이도, 하물며 두 나라의 외교 문제에도 좋은 설득이 있다면 한결 수월히 해결되겠지요. 모두들 상대를 설득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대개 감정의 골만 깊어진 채 끝나기 일쑤지만 말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회유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요?
<최고의 설득>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봅시다.
설득 말고 납득
네이버에 "설득"을 검색하면 설득의 정의와 함께 재밌는 예문이 나옵니다.
설득 :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
<예> : 그는 직장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으나, 직장 상사와 아내의 끈질긴 설득으로 계속 다니기로 했다.
그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아내와 상사 앞에서 짭조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상사와 아내가 그를 설득하는 장면도 얼추 그려집니다. 일손이 부족해지는 게 싫어서, 그가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여서 붙잡았을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좋은 상사라면 커리어가 끊어지는 그를, 당장 수입이 사라지는 그의 가정을 걱정했을 수도 있죠. 아내는 지금 수입이 줄어들면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그를 설득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는 상사와 아내에게 설득당한 것일까요? 결과만 놓고 본다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한 가지 과정이 더 있습니다. 바로 납득입니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려는 이유와 주위 사람들의 만류 사이에서 갈등했을 겁니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의 이유보다 상사와 아내의 이유가 더 타당하다 결론 내립니다. 그것이 더욱 타당함을 인정하죠. 그는 상사와 아내의 주장을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처럼 설득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납득을 거쳐야 합니다. 납득 없는 설득은 진정한 설득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상대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는 겉으로 따르는 척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완전한 설득, 최고의 설득은 타인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에 달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납득으로 이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고의 이야기꾼
다음은 한 대기업의 회장이 자선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며 한 말입니다.
제가 꼬마였을 때의 일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풍선을 들고 뛰놀더군요. 저 역시 풍선을 갖고 싶었지만,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살 수 없었습니다. 저는 또래들이 풍선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남자가 제게 와 물었습니다.
"저 풍선 갖고 싶니 꼬마야?"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남자는 제게 풍선 다발을 쥐어주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저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자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감사하고 싶다면 나중에 커서 아이들에게 같은 일을 해주면 돼."
그 남자의 말은 영원히 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회장은 자신도 모르는 새 남자에게 설득당했습니다. 회장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것, 어려운 이를 도울 것, 어린이에게 베풀 것을 한 순간 받아들였고 이를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이뤄냅니다.
더불어 우리 역시 회장에게 설득당했습니다. 기업이 기부하는 이유는 많겠지만주된 목적은 회사의 이미지 개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회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의심을 거두고 그의 선행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회장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죠.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감동을 먼저 받은 것입니다.
다음은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디노 드 로렌티스의 말입니다.
청중을 끌어당기는 것은 비평이 아니라 뛰어난 이야기다.
우리는 논리적인 이유, 확실한 이해관계를 근거로 타인에게 접근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으니 너도 여기에 동조하라는 식의 설득을 펼치죠.설득에 있어 이성과 논리는 당연히 준비해야 할 근거입니다. 하지만 설득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이성에 있지 않습니다. 대상의 감성에 얼마나 잘 호소했느냐가 성공의 열쇠입니다. 그 열쇠는 이야기 속에 담겨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최고의 설득>에는 범지구적 성공을 이룬 지도자와 기업가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화술을 강조합니다. 상대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알맞게 포장해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기술이 바로 화술이기 때문이죠. 설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주장으로 상대를 감동시킬 때 진정한 설득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좋은 화술을 익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라. 그 답이 바로 모든 뛰어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토대다.
화술은 중요합니다. 좋은 발음, 편안한 표정과 몸짓, 어투와 억양은 신뢰감을 주고 나를 전문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 위에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내용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 그 이야기가 화자의 것인가? 얼마나 진실된가? 끝내 모든 경쟁자를 꺾고 홀로 서는 것은 바로 진실된 이야기입니다.
진실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내 관심과 열정이 모인 지점이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 줄 이야깃거리입니다.
삶은 자신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만드는 일이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입니다. 설득도, 말하기도 정확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이 능란한 설득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지레 겁먹곤 합니다. 내가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내가 선택한 분야가 과연 내게 적합한지, 내 이야기가 대중 앞에 내세울 만큼 괜찮은 것인지 고민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부족한 것을 먼저 떠올리죠.
버나드 쇼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임을 되뇌어야 합니다. 우리의 재능과 이야기는 선천적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개발하고 익히며 만들어는 것입니다. 모자란 게 있다면 뛰어가 내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더불어 내가 여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속에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원석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설득의 중요성과 자기 이해의 필요를 다룬 <최고의 설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