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목 : 오만과 편견 / 원제 : <Pride and Prejudice>
저자 : 제인 오스틴
역자 : 윤지관, 전승희
출판사 : 민음사
가격 : 9,900원 (네이버 북 기준)
출간 연도 : 1813년 원저, 2003년 한국어 번역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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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너무도 유명한 소설입니다. 20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맛있는 소재죠. 특히 재밌는 점은 사랑을 가로막는 요인이 바로 인물 자신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인물들은 오만과 편견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오해합니다. 덕분에 제삼자의 개입 없이도 이야기는 긴장감이 넘치죠. 제인 오스틴의 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입니다.
오만과 편견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중산층인 베넷 가의 딸 제인과 엘리자베스, 높은 신분을 가진 남성 빙리와 다아시, 이들의 사촌과 친구, 부모와 하인 등... 그 시절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로 가득합니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건 속에서 각 인물의 특색은 더욱 실감 나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오만과 편견의 핵심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입니다. 둘은 무도회에서 대면하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서로를 멀리하게 되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과묵한 모습을 모고 오만하다 여기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를 별 볼일 없는 동네 아가씨쯤으로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에게 색안경을 낀 채 부딪힙니다. 소설 속 남녀가 늘 그렇듯, 기싸움 끝에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강단 있는 모습과 당돌함에 매력을 느낍니다. 다아시는 자신의 재력과 신분을 믿고 청혼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그대로였죠. 그녀는 급작스런 고백에 당황하며 청혼을 거절합니다.
다아시 역시 당황합니다. 당연히 승낙할 것이라 자신했기 때문입니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계기로 부와 가문에 의존해왔던 스스로를 깊이 반성합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진심 어린 관심과 애정을 쏟습니다.
엘리자베스도 편견을 깨고 나아갑니다. 그는 청혼 이전부터 다아시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대가 없이 과분한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오만하다는 오해로 감춰진 다아시의 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20세기 영국은 신분제를 기반으로 한 남성 중심적 사회였습니다. 이름 있는 가문의 자제는 높은 수준의 교육과 권력을 차지했습니다. 중산층 가정의 아들 딸은 상류층의 청년과 혼인을 맺어 안락한 미래를 꾸리기를 원했죠.
베넷 가의 다른 딸들은 당대 사회의 흐름에 탑승합니다. 무도회에서 고위층 남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춤 연습에 매달리고, 교양 있어 보이기 위해 독서와 음악에 매진합니다. 가장 성숙한 딸 제인 역시 부모와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200년 전 일반적인 사회의 단면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이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밀고 나갑니다. 번지르르한 말 대신 도발적인 말로 상대의 가식을 꿰뚫습니다. 안정을 위한 결혼보다 사랑을 중시하는 결혼을 꿈꿉니다. 권력에 기죽지 않고 옳은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를 고수합니다. 이런 모습에 다아시도, 오만과 편견의 독자도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죠.
저자 제인 오스틴 역시 시대의 일원으로서 여성을 꼬리표처럼 뒤따르는 한계와 숙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회의 흐름에 승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일반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반증하듯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베넷 가문의 모든 딸이 남편의 경제력과 신분을 염두한 사랑과 결혼을 선택하죠. 심지어 베넷 부인은 이를 부추기고 자처해 중매까지 맡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런 시대상을 깨부수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사랑을 쟁취해냈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상인 셈입니다. 엘리자베스가 구시대적 세계관을 깨뜨리는 순간마다 독자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은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역사 깊은 감정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만해질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성공의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죠. 편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행색과 단면만을 보고 전체를 파악했다고 착각합니다. 나 자신조차 나를 다 모르는데, 하물며 남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죠. <오만과 편견>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예쁜 포장지 속 오만과 편견이라는 쓴 초콜릿을 심도 있게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만, 허영, 그리고 편견은 시간 앞에 스러지게 될 운명입니다. 다아시의 오만은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통해 깨졌습니다. 베넷 가 딸들의 허영은 그들이 성숙해지며 사라집니다.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시간이 지나 다아시의 배려가 드러나며 소멸합니다. 시간은 언제나 진짜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을 두고 속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진실인지 편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를 밝혀줄 탐정은 넉넉한 시간이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그러했듯, 모두가 오만과 편견을 뛰어넘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