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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Feb 13. 2023

The Economist 읽는 요령

​I. 머리말

매주 화요일 아침엔 가슴이 설렌다.

왜냐하면, 회사의 우편함에 The Economist가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으로 매주 금요일에 먼저 마주한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편하다. 종이책을 마주해야 전략적 책 읽기가 된다는 핑계로 평생 그렇게 읽을 생각이다.

1. 첫 번째 도전

The Economist를 처음으로 정기구독한 것은 1995년 1월이다. 외교학을 전공한 입사동기의 추천 덕분이다. 그러나, 나의 형편없는 영어실력 탓으로 1년 치 구독료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다.

한주가 멀다 하고 읽지도 못한 채 쌓여만 가는 잡지를 보며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었다. 정기구독 대신 교보문고에서 단권을 사서 공부를 해야 했는데 너무도 무모한 짓을 했다.

그래도 영어실력의 현주소를 알았던 것이 큰 수확이다.

2. 두 번째 도전

그러다가 10년 후 다시 정기구독에 도전하였다. 계기는 금연을 조건부로 정기구독하는 것이었다. 그토록 끊기가 힘들던 담배를 The Economist의 정기구독과 거래한 이후로 한입도 물지 않았다

The Economist가 정말 좋기는 좋았나 보다. 이 사실만으로도 성공적 거래였다.

이번에는 아예 도서관에 들어가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형광펜을 그어가며 제대로 읽기로 작정했다.

3. 세 번째 도전(완독)

그렇게 또 17년이 흘러갔다. 오랜 기간 읽어 왔지만 사실 그렇게 재미는 없었다. Financial Times와 인문학과 사회과학 원서도 병행하고 BBC와 CNN도 시청하며 내 나름대로 세상을 해석해 보려 노력했다.

어느 정도 나만의 세계를 보는 눈이 생긴 2022년 1월부터는 The Economist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읽기로 하고 작정하고 현재까지 달리고 있다.

II. 몸통말

1. The Economist 개요​


The Economist는 영국의 주간잡지로 시사, 국제경제, 정치,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를 다룬다.

이 저널의 편집 태도는 고전주의, 사회주의, 경제적 자유주의와 중도주의의 입장을 두루 취한다.


(classical, social, and most notably economic liberalism, radical centrism)

특히, 이 잡지는 자유시장, 자유무역, 자유이민, 탈규제화, 세계화를 옹호한다.

공개된 편집 태도에도 불구하고 편향보도(reporting bias)를 하지 않으며, 사실로 확인된 기사작성과 엄격한 퇴고과정을 거친다.

2. 목차 (약 75-90페이지)

The world this week - Leaders - Letters - Briefing - Asia - China - United States - The Americas - Middle East & Africa - Europe - Britain - International - Business - Finance & economics - Science & technology - Culture - Economic & financial indicators - Graphic detail - Obituary

※ 파란색칠한 부분은 2번 이상 읽어 그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한다.

3. 읽는 요령

가. ​세계관의 정립

세계관을 정립한 후, 미국과 그 반대세력 간의 패권경쟁을 정치•경제•사회•문화별로 이해한다.​

※ 세계관 정립의 예시 (글쓴이의 주관적 견해)


Neo-Liberalism World Order​


21세기의 국제정세는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질서이다.

이 질서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로 압축되는 자유주의의 변질된 형태로, ​완전 경쟁과 자유무역과 같은 자본가의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이데올로기로 하여, ​미국이, EU와 일본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달러와 핵을 주요 무기로 FRB와 Treasury에서 구상한 금융•재정정책을 ​미국의 명실상부한 대리인인 WTO, World Bank, IMF 따위의 국제기구를 앞세워, ​GlobalizationFinancialization이라는 명목으로,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의 부를 강탈하여 축적하는, 전형적인 신제국주의를 위한 국제질서다!


나. 읽는 순서

Cover Story-Leaders-Finance & economics-Business-International-Regional​

 가장 먼저, Cover Story를 보고 금주의 세계적 정치와 경제 이슈를 살핀다. ​


이 잡지는 Cover Story의 이슈를 Leaders에서 요약하며 Briefing에서 자세히 다루는 형식을 취한다. 따라서, 금주의 시사에 관한 핵심쟁점의 파악과 The Economist의 견해를 보려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 보통 한 번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므로 2번-3번 정독한다.

Briefing 섹션은 금주의 판본에서 가장 중요한 기사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자료이므로 Leaders와 함께 최소 2회 이상 정독한다. 간혹, Special Report(통상 14페이지)가 나오면 특정주제에 관한 기사이므로 마찬가지의 요령으로 깊게 읽는다.​


 그다음으로 Leaders기사를 읽는다. ​


Leader란 영국영어로 editorial이란 뜻으로 Financial Times의 The FT View와 마찬가지로 The Economist의 공식적 의견이다. ​


이 섹터가 가장 중요한 섹터라 역시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정독한다. 특히, 첫 번째 Leader는 이번주의 가장 중요한 주제에 대한 분석기사 이므로 철저하게 정독한다.

Leaders의 견해들은 특정방향을 지지하며 행동을 촉구하나 나름 매우 객관적 시각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


 그러고 나서 Finance & economics섹터로 가서 세계경제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된 부분을 생각하며 모든 기사를 정독한다.

이어서 Business와 International 섹터로 가서 동일한 요령으로 읽되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읽는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 China와 United States 섹터로 간다.

여기서는 Dollar Dominant Hegemony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관련기사를 대조하며 해당국가의 정책과 전략을 읽는다.

동일한 요령으로 나머지 지역섹터의 기사도 이를 주안점으로 분석하며 본다. ​

그리고, 각 섹터별 맨 뒷장에 나오는 Lexington, Charlenagne, Baehot, Schumpeter, Free exchange의 칼럼은 해당주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한 분석과 고찰 자료이므로 반드시 정독한다.

다. 문체와 난이도

The Economist에서 사용하는 문장은 간결하나 그 뜻은 매우 심오하다.

이것을 모르는 독자들이 간혹 이 잡지는 내용이 단순하고 쉬워서 독자들이 읽기 편하다고 말한다.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령, 법학이나 철학의 고수들은 말은 간결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  예 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설명에 관한 초보와 고수의 차이 ​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이상의 조문을 초보는 그 내용을 다 읽고 써서 제삼자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고수는 390조는 채무불이행책임이라 말하고 750조는 불법행위책임이라 간략하게 말한다.

이게 바로 그 차이다!


 남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

내가 영어를 글을 쓰거나 말로 의사표시를 할 경우에 이런 표현을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영어 문장을 독해한다.

III. 꼬리말

1. 나를 찾아가는 길


​나를 둘러싼 바깥 세계를 옳게 읽고 내게 알맞은 삶을 살고자 독서한다.

그러나, 책은 삶이라는 실전문제의 연습 문제집일 뿐이다.

덧붙이면, The Economist (Financial Times) 따위에서 뽑아낸 시대정신(Zeitgeist)이 시험문제이고,

정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며,

책(정치학•경제학•철학•법학)은 곧 수험서다.


2. 읽기의 즐거움

이제야 이 잡지의 진정한 가치가 느껴진다!

Neo-Liberalism으로 점철된 경제사상적 편린인 Neo-Classicism에 대적할 Socialism과 더불어 Economic Liberalism이라는 최첨단무기를 장착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남은 인생 이들과 함께 자유시장경제 수호의 파수꾼으로 적은 역할이나마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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