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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풀생각 Aug 15. 2023

삶과 앎이 넉넉하여 남음

원칙과 예외!


​법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나오는 말이 있다. 원칙 조항과 예외 조항 또는 단서 조항…


​"There is no rule but has some exceptions."


​중학교 때 시험에 잘 나오던 아주 유명한 말이다. 정답은 but이다. 구문도 문장도 달달 외우면 된다.


두 가지 모두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뜻으로 새긴다. 


그러니 한 사건에 대하여 세 번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3심 제도가 있는 것이다. 법원을 상급 법원과 하급 법원으로 나누어 여러 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고 해서 심급 제도라고도 한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법률에 관한 자문을 받을 일이 많다.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로펌의 의견을 받아 실무에 적용한다. 법률에 관하여 문외한인 우리 대부분은 그들의 자문 또는 의견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몸으로 겪으며 일을 더 좋게 해 보려고 이런저런 책으로 홀로 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다른 의견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많이 찾는다. 그래서 법률이론에 대한 학설은 다수설과 소수설이 있다던데. 주류설과 비주류설…


​어떤 사안에 대하여 법무팀에 문의하면 그 팀은 Law Firm에 다시 자문을 구해서 최종으로 의견을 받아온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이론은 그럴듯한데 실무와는 동떨어진 사례가 많다. 법률 전문가들이 몸으로 배우지 않고 글로만 외운 탓이다.


내 짧은 생각에 원칙을 바탕으로 예외를 실무에 적용하여 융통성을 발휘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또 실무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의 권위와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다가 주체적이 되어야 할 자리에서 거꾸로 종속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무팀에 넘기고 또 그들이 제시하는 많은 길 하나를 또 맹신한다. 배의 키를 잡고 노를 마음대로 저어야 하는데 키와 노를 모두 남한테 맡긴 격이다. 잘못하다간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그들의 권위에 주눅이 들어 산으로 간 배를 또 맞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참고로, 나는 민사사건에 관하여 법률자문을 구할 때 ‘A는 반드시 B이다!’라고 답하는 법조인은 믿지 않는다. 사기꾼이거나 공부가 모자랄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법률 공부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문 영역이고 또 벽이 너무 높아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 어설피 알 바에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법률과 실무를 조금이나마 아는 내가 보기에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의견이 있을 때 교과서의 내용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 의견을 내본다. 당연히 주변 동료들은 받아들일 리가 없다. 왜냐하면 권위자들의 의견과 다른 내용이니까!




요즘은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어간다. ​


옛날에는 내가 분명 맞는 소릴 했다고 핏대도 세우고 또 맞은편이 못 알아들으면 고치려 애도 써 봤다. 주로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내가 성격이 강해 나보다 마음이 어리거나 약한 사람에게는 고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나를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물론, 늘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 주장을 펼쳤왔다. 주로 교과서를 들고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왜냐하면, 건전한 비판은 반드시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한 주장이어야 하니까! 설사 내가 맞는 소릴 하더라도 그들이 받아 드릴 까닭이 없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물러서질 않았다. 물론, 그들이 좋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해야 할 소리는 때와 곳 그리고 사람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늘 당당하게 맞섰다. 선비정신의 현실적 구현이다. 다만, 내가 맡은 일에서만 주로 그랬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경우에는 언제나 말을 아끼며 함부로 나서지 않았다.




한때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일에서조차도 그러지 않는다. 나이가 든 탓도 있지만 그래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대신 사람을 가려가며 대응 방법을 달리한다. 정말로 알려고 하는 사람에겐 정성을 다해서 내 의견을 말해준다. 그러나, 상대가 고집불통으로 판단되면 한두 번 얘길 해주고 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는 게 맞다.


​누가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내가 하는 말을 잘 믿지 않는 사람을 봐도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를 잘 보면 다 느낌이 온다.


아주 어린 아이나 술 취한 사람 또는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 날 보고 “무식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화날 일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고 씩 웃고 만다.


이 모든 게 다 삶과 앎이 넉넉하여 남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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