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예외!
법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나오는 말이 있다. 원칙 조항과 예외 조항 또는 단서 조항…
"There is no rule but has some exceptions."
중학교 때 시험에 잘 나오던 아주 유명한 말이다. 정답은 but이다. 구문도 문장도 달달 외우면 된다.
두 가지 모두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뜻으로 새긴다.
그러니 한 사건에 대하여 세 번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3심 제도가 있는 것이다. 법원을 상급 법원과 하급 법원으로 나누어 여러 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고 해서 심급 제도라고도 한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법률에 관한 자문을 받을 일이 많다.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로펌의 의견을 받아 실무에 적용한다. 법률에 관하여 문외한인 우리 대부분은 그들의 자문 또는 의견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긴다. 몸으로 겪으며 일을 더 좋게 해 보려고 이런저런 책으로 홀로 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다른 의견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많이 찾는다. 그래서 법률이론에 대한 학설은 다수설과 소수설이 있다던데. 주류설과 비주류설…
어떤 사안에 대하여 법무팀에 문의하면 그 팀은 Law Firm에 다시 자문을 구해서 최종으로 의견을 받아온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이론은 그럴듯한데 실무와는 동떨어진 사례가 많다. 법률 전문가들이 몸으로 배우지 않고 글로만 외운 탓이다.
내 짧은 생각에 원칙을 바탕으로 예외를 실무에 적용하여 융통성을 발휘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또 실무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의 권위와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다가 주체적이 되어야 할 자리에서 거꾸로 종속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무팀에 넘기고 또 그들이 제시하는 많은 길 하나를 또 맹신한다. 배의 키를 잡고 노를 마음대로 저어야 하는데 키와 노를 모두 남한테 맡긴 격이다. 잘못하다간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그들의 권위에 주눅이 들어 산으로 간 배를 또 맞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참고로, 나는 민사사건에 관하여 법률자문을 구할 때 ‘A는 반드시 B이다!’라고 답하는 법조인은 믿지 않는다. 사기꾼이거나 공부가 모자랄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법률 공부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문 영역이고 또 벽이 너무 높아 쉽사리 넘보지 못한다. 어설피 알 바에는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법률과 실무를 조금이나마 아는 내가 보기에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의견이 있을 때 교과서의 내용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 의견을 내본다. 당연히 주변 동료들은 받아들일 리가 없다. 왜냐하면 권위자들의 의견과 다른 내용이니까!
요즘은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어간다.
옛날에는 내가 분명 맞는 소릴 했다고 핏대도 세우고 또 맞은편이 못 알아들으면 고치려 애도 써 봤다. 주로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다. 내가 성격이 강해 나보다 마음이 어리거나 약한 사람에게는 고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내가 나를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물론, 늘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 주장을 펼쳤왔다. 주로 교과서를 들고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왜냐하면, 건전한 비판은 반드시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한 주장이어야 하니까! 설사 내가 맞는 소릴 하더라도 그들이 받아 드릴 까닭이 없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물러서질 않았다. 물론, 그들이 좋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땅히 해야 할 소리는 때와 곳 그리고 사람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늘 당당하게 맞섰다. 선비정신의 현실적 구현이다. 다만, 내가 맡은 일에서만 주로 그랬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경우에는 언제나 말을 아끼며 함부로 나서지 않았다.
한때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일에서조차도 그러지 않는다. 나이가 든 탓도 있지만 그래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대신 사람을 가려가며 대응 방법을 달리한다. 정말로 알려고 하는 사람에겐 정성을 다해서 내 의견을 말해준다. 그러나, 상대가 고집불통으로 판단되면 한두 번 얘길 해주고 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는 게 맞다.
누가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내가 하는 말을 잘 믿지 않는 사람을 봐도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를 잘 보면 다 느낌이 온다.
아주 어린 아이나 술 취한 사람 또는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 날 보고 “무식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화날 일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고 씩 웃고 만다.
이 모든 게 다 삶과 앎이 넉넉하여 남음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