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피에이 잡지 구독 담당자가 전화를 했다.
The Economist 구독 계약 갱신이라 했다. 나름 이런 거는 기억을 잘해 “다음 달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아차!” 하며 죄송하다 한다.
“기왕 전화 주신 김에 가격이 얼마냐?"라고 물었다.
작년보다 50,000원이 더 올라 599,9000이라 했다. 어차피 회사에서 준 복지포인트로 승인하면 카드 결제에 부담이 전혀 없어서 오늘 연락된 김에 바로 하자고 했다.
이 잡지를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그런지 돈을 쏟아붓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
그리고 판매원의 이번 달 실적을 챙겨준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넉넉해졌다. 5월 말이 계약 갱신일인데 4월에 하자고 하는 걸 보니 이번 달 실적에 많이 쫓긴 모양이다. 나도 영업을 좀 해봐서 잘 안다. 세상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게지.
The Economist와 Financial Times로 세상을 읽노라면 나름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야를 갖출 수 있다.
우선, 글로벌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자국의 이익(Self-interest)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Neo-Liberalism, Populism, Protectionism, Extremism에 맞서 Classical Liberalism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를 발판 삼아 민생고(民生苦)는 아랑곳하지 않고 맨날 지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정치인이나 의사협회와 같은 이익단체들의 하는 짓거리나 국내 어용 지식인들의 허접한 궤변에 지쳐 탈출을 시도한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나의 이러한 지적 행보를 시샘하는 무리들이 내게 꼭 묻는 게 하나 있다. 그렇게 습득한 고급 지식과 정보를 섞어 투자하여 돈을 많이 벌었냐고 하거나 그렇게 해야 진짜 공부 가치가 있지 않냐고 비꼰다.
나는 ‘이 정도라도 배우고 익혀놓아 여기저기 싸 돌아댕기며 사람 구실도 하고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반대급부로 딱 고만큼 월급만 받으면 되었다.’며 씩 웃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한 번 더 쐐기를 박았다.
주식이니 채권이니 금이니 ELS(ELF)니 Cryptocurrency니 하는 게 모두 가공자본(Fictitous Capital)이시 더.
※ 가공자본 (Fictitous Capital)이란, Karl Marx가 자본론에서 사용한 용어로 실물 자산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의 기대수익률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현실의 가치를 가지지 않고, 장래의 수익을 낳게 하는 원천으로서 가공적인 자본의 형태를 말한다. 의제자본 또는 공자본이라 하기도 한다.
그딴 게 투자가 아이고 투기라 공부해서 돈 버는 거보다 운빨이 따라야 되니 더. 나도 너덜처럼 맨날 돈돈하고 살면 저 우의 무뢰배나 다를 게 뭐 있니 껴! 참 별 꼬라지 다 보니 더.
세상에 내 같이 별 희한한 사람 하나 더 있어도 괴 안치 않니 껴?
정말 오랜만에 젠체하는 사람들 앞에서 배운 사람 티 한번 크게 냈다. 다음번 모임에서 저들을 또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