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가는 길 (2)
2023년 3월 10일 11시 11분 11초다.
WBC중계방송으로 ‘모범택시 시즌2’는 결방한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과 막걸리 두 병을 먹고 와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갑자기 싸해진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이것뿐인데 지상파 TV가 저러면 어떻게 하나? 지난 토요일에도 똑같은 이유로 그랬는데. 작년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할 때도 월드컵 중계로 우려먹더니. 꼴에 TV도 권력집단이라고 알량한 권력행사하나 보네. 드라마는 이어서 봐야 재미가 있는데, 나 따위의 시청자는 안중에 없나 보다. 여기서도 들풀신세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대에 누워 이 글을 써본다.
민법의 기간 계산법을 따라, 오늘 밤 24:00가 지나면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지 1개월이 지난다. 물론, 자연적 계산법을 적용하면 29일 째다. 허접한 내 글의 구독자 수도 32명을 넘어선다.
매우 만족스럽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의 개수만도 벌써 33개다. 라이킷 수(좋아요)가 10회를 넘긴 글이 무려 29개나 된다. 20회를 넘긴 것도 하나 있다.
나는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이 같은 열매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 길을 가기로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앞으로의 브런치의 운영 방안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를 뺀 작가들이 모두 대단해 보인다. 특히, 그들만의 독특한 경험을 개성 있는 필치로 글을 올리니 내가 들어 설 곳이 거의 없다.
저들처럼 신변잡기를 소재로 글을 재미있게 써야 인기가 많아 보인다. 모두, 자기와 가족 그리고 사회생활 따위에서 겪는 다이내믹한 일들을 잘 그려내면 구독자수도 늘고 메인 상단에도 오르나 보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필력은 새발의 피다. 주제가 무거운 데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글도 잘 쓰지 못한다. 대중성과 동떨어져 인기를 끌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옳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으면 들풀이 아니지!
그래서 남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글쓰기를 즐기기로 한다. 다시 말해, 평생 공부와 관련하여 세상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투박하더라도 솔직하게 나타내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그럴싸하게 꾸미자면, 어쩌다가 우연히 내 글을 보는 이가 나와 비슷한 길을 가거나 또는 가 보려 할 때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 주자는 뜻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이제야 나 스스로 크게 위안이 된다. 왜냐하면, 글을 꾸준히 써야 할 까닭을 억지로라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아래의 것부터 시작해 본다.
1. 화두 설정의 필요성
배우고 묻는 일인 학문(學問)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화두(話頭)가 있어야 넓고 깊게 공부(독서)를 할 수 있다고 여긴다.
화두(話頭)란, 참선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참구(參究:참선하여 진리를 찾음)하는 문제를 가리키는 불교용어다.
나는 해당분야의 학자(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이해한 화두의 의미가 정확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자유의지로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2. 나의 평생 학문의 화두
나의 평생 학문의 화두는 “자본의 물신성과 사대주의 극복”이다.
자본의 물신성 극복은 Karl Marx와 David Harvey의 저작을 읽고 공부하며 필요하다면 그 내용을 간추려 올릴 생각이다.
아울러, 사대주의의 극복은 지난번에 올린 ‘한국사람의 얼, 풍류정신‘ 을 바탕으로 풍류담론의 탐구, 즉 큰 줄기는 고대 한국인의 종교적 영성 ‘풍류정신’, 신라시대의 ‘화랑도와 화랑정신’, 근대의 ‘동학과 동방정신’, 현대의 ‘국민윤리와 국민운동’으로 이어지는 학풍을 파고 들어가는 것으로 한다.
쉽게 풀어쓰면,
광활한 요동반도를 무대로 전개된 고대의 신화와 제천의례의 선맥은 경주에 뿌리를 두며 동인의식을 가진 고운 최치원, 다시 개벽을 통해 동학을 개창한 수운 최제우로 이어지는 풍류정신을 개척하여 동방 르네상스를 꿈꾼 범부 김정설을 탐구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다.
3. 공부의 예상효과
이 탐구가 마무리되면, 서구의 자본주의와 과학사상이 야기한 구조적 폐해를 한얼의 사상(풍류정신)으로 극복 가능한 대안이 생길지도 모른다.
2022년 5월부터 독학을 효율적으로 하고자 누리사랑방(블로그)에 여기저기서 얻은 생각을 공부에 대한 여정으로 글을 올렸다. 이제는 그것들 가운데 모종이 싹터서 제대로 자란 튼튼한 묘목을 잘 가려내어 브런치로 옮겨 심을 생각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얻은 성과는 단연 내 인생에서 최고의 지적성장으로 이어진 듯하다. 다시 말해,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대하여 이토록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1. 지적성장의 사례
가. 무엇보다도 우선, 내가 스스로 설정한 화두를 바탕으로 나의 철학이자 세계관인 “어울려 아우름”을 만들고 그 실천이론의 토대를 구축한 점이다. 특히, 이렇게 나온 짧은 생각인 이론과 실천의 괴리율을 낮추기 위하여 블로그에 생각을 올려 여러 이웃님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었다.
나. 또한, 독서와 학문과 삶이 하나로 뭉쳐져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얻었다. 한말로 말과 글과 몸짓을 하나로 만들고 실행 또한 가능함을 증명하였다.
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공부를 보태서 더해야 하고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방안도 수립되었다. 내가 관념으로 알고 있던 것을 밖으로 내놓아 보니 부족한 것과 더 보완해야 할 것이 보인다.
2. 성과평가
어쨌든, 스스로를 돌이켜볼 때 매우 큰일을 이루었음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나를 더욱더 흥분케 하는 것은 지적 성장의 단계를 넘어 지적 성숙의 단계로 나아갈 새로운 기초를 닦아세운 사실이다!
탑을 높게 쌓거나 땅을 깊게 파려면 밑변을 매우 넓혀야 한다. 많은 앎을 바탕으로, 넓이•높이•깊이를 가늠하여 끊임없이 나아가 볼 생각이다.
블로그에 글을 써보니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인다.
특히, 소설과 시와 같은 문학분야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아 문학적 감수성이 크게 모자란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새해 첫날에 영웅을 보고 하얼빈을 동시에 읽어내며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배우고 사대주의의 극복에 큰길을 열어가려 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작가가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란다.
왜 안 그렇겠는가?
나 자신부터도 놀랄 판인데. 어쨌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마음껏 써보려 한다. 얼마 전에 글을 잘 써보겠다며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또다시 읽어보려 했다.
웬걸, 또 실패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첫 번째는 1부 3권까지나 읽었고 두 번째는 2권 중간까지 밖에 못 읽었다. 그러나, 이번엔 서문만 읽다가 그냥 덮어버렸다. 재미가 없다. 나는 시나 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문학작품보다는 민법이나 헌법 그리고 행정법 교과서와 철학이나 사회과학도서가 더 잘 어울린다.
하던 거나 제대로 하자. 그게 남는 장사다. 그냥 가던 길이나 계속 걸어가련다. 대신, 매우 철저하게 깊이 파 들어가 볼 요량이다.
그래서, 나만이 낼 수 있는 색깔과 향기를 이곳에도 남겨보기로 한다. 몸이 고생해서 그렇지 호미와 괭이(철학+법학+영어)만 가지고도 브런치라는 산에서 火田(땅)하나 못 일구겠는가!
명색이 화전민의 후손인데…
나의 길,
읽은 책의 내용과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말이 아닌 글로 간결하고 우아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옮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