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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50대의 영어공부 분투기

by 들풀생각

반반차 제도라는 것이 있다.


0.25일(2시간) 단위 휴가로 4번을 쓰면 연차휴가가 1일이 된다. 출근시간과 퇴근 시간에만 허용되며 업무 중간에는 쓸 수 없다. 오늘은 이것을 활용하고 정형외과로 간다.


여기저기서 몸의 기관 따위가 많이 사용되거나 노화하여 그 기능이 퇴화하는 성질인 몸의 퇴행성(退行性)을 알려오는 고장 소리에 대한 보수•유지•관리를 위해 의료인과 체결한 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채무와 같이, 성의를 다하여 치료에 필요한 행위를 다하기만 하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비록 치유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더라도, 의사의 채무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민법 제390조 본문 참조), 즉 변제로 인하여 소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놀러 가거나 책을 읽기 위해 연차휴가를 썼는데 이제는 이와 같은 일 때문에

자주 써야 한다.


허리와 다리 그리고 몸의 장기 등은 많이 써서 닳으니 그 사용을 줄이라 하는데,


머리는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고 오히려 그 사용을 늘리라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남들처럼 예능이나 유튜브나 오디오북을 보지 말고 책 읽기나 생각하기를 많이 해야겠다. 그나저나 멀어져 가는 눈과 귀는 또 어쩌나. 그때는 마음으로 읽고 들으면 될 터이지…




I. 이 글을 쓴 목적

영어를 공부한 지 어언 40년이 지났다.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곤 하루에 거의 일정한 시간을 쏟아부은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AFKN, CNN, BBC를 보고 영자신문과 잡지를 읽어 왔다. 30대 중반부터는 아예 인문학과 사회과학분야의 영어원서 읽기로 그 범위를 넓혀 오고 있다.


(들풀생각)

철학이나 사회과학을 영어원서로 보거나 법학 교과서를 에세이 보듯이 하는 이가 내 주변에 아예 없다. 그래서 이것들을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남의 나라말이라 그런지 여전히 방송을 보면 잘 안 들리는 것도 많고 여행지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솔직히 자유롭게 말할 자신이 없다. 물론, 토론은 몇 번 했던 적은 있으나 그 역시도 잘할 자신은 없다.


내 경험을 보태보자면,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을 가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사람들의 영어실력을 크게 믿지 않는다. 실력이 뛰어났다면 그 나라에서 연구를 더하여 더 크게 성장해야지 굳이 이 좁은 곳으로 돌아왔겠는가! 그들에게 당장 FT의 The FT View나 The Economist의 Leaders를 영어로 간추려서 발표하라 해보면 답이 바로 나올 것이다.


철학(독서)과 법학과 영어공부의 성패는 결코 머리가 아닌 투입한 시간에 달려있음을 되새겨본다.


(들풀생각)

자기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야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나 생활 속 영어는 처음에 신문과 같이 길게 말하고 쓰다가 실력이 좋아지면 짧게 말할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원어민이 잘 쓰는 드라마나 소설의 대사부터 외워 쓰니 오랜 시간 영어에 투자해도 뉴스를 잘 못 알아듣고 토론을 잘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어원서 읽기와 쓰기는 Native Speaker를 죽기 전에 따라잡고 싶다!


아래의 글은,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내가 걸어왔던 길을 가고자 하거나 아니면 가고 있다면 주저 말고 줄곧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에서 쓴 것임을 밝힌다.

글의 차례는 날마다 몸으로 익히는 영어공부 이야기분야별 고전원서를 읽는 요령으로 짜여 있다.



나의 평생목표는 책 읽기다.

서재에 웬만한 고전은 영어원서로 다 채워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할 일이 생겼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늘 지금처럼 생계활동을 하여야 하기에, 은퇴 이후에도 최소 생계유지는 가능할 만큼의 전문자격증도 취득하였다.


(들풀생각)

돈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어렴풋이 가능하리라 여긴다. 최소 생계비용은 하루 세끼에 친구 만나 커피 마시고 경조사비 내는 정도다.

조선의 선비가 백면서생(白面書生)했던 사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나는 늘 사회참여 활동을 통한 실학(實學)을 하고자 한다.


아무쪼록 이 글이 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II. 나와 공자 그리고 임마뉴엘 칸트

[子曰: "弟子, 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위의 것은 공자의 일상이고, 아래의 것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짬이 날 때(行有餘力), 글을 배우는 나의 일상(Routine)이다!



나는 날마다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인문학 원서를 읽는다.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길엔 영어원서를 퇴근길엔 The Economist 또는 FT를 읽었는데 이제 글씨가 잘 안 보여 모두 원서로 대체해야 한다. 책의 글자크기가 잡지보다 낫다. 다행히 오늘은 오후 4시라 햇빛이 밝아서 그런지 지하철 조명에서도 글이 잘 보인다.



회사에 도착한 후, Financial Times의 Editorial과 Headline면을 포함한 주요 기사를 읽고, 점심시간엔 The Economist의 주요 기사를 읽으며 세상을 엿본다. 업무 시간엔 고객상담 외에는 주로 법학 교과서를 본다.

FT의 The FT View를 2번 이상 꼭 정독을 한다.

아니다!

요즈음은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하니 5번 넘게 읽는다.


이 두 잡지를 날마다 읽는 이유는 딱 하나 태산준령인 원서를 읽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다! ​

마라톤을 완주하려는 사람이 날마다 10km 이상의 달리기 연습을 하듯이 말이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한 시간가량의 조깅을 하고 나서, CNN과 BBC News를 시청한다. 그리고, The FT View를 베껴 쓰며, 내용을 간추린다.

노는 날엔 약 10km의 조깅을 마친 후 5시간의 인문•사회•자연학문과 관련한 고전 읽기와 CNN & BBC News를 2시간 시청하며 1시간가량을 The FT View를 필사한다.


아니다!


몸의 퇴행성(退行性)을 알려오는 소리에 이제는 걷기도 앉아있기도 모두 줄이라 한다. 달리기는 걷기에 양보하면 되는데 책 읽기는 어쩌나? 서서 책 읽는 방법을 배워볼까? 그나마, 다리 관절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네.




​어쨌든,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교에 관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그것부터 챙긴다!


아니다!


이제는 그분이 하라는 것부터 한다. 눈치가 빨라졌다. 독서의 가장 큰 효과인 것 같다.



III. 원서로 인문고전 읽기 요령

방송이나 베스트셀러 책 등에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많이 본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읽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번에 올린 '안물 안궁'한 영어원서 추천이라는 글에서 How to read a book을 소개하였다. 이 책에서 인문•사회•자연학문의 고전을 읽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된다.

그 책에서 알려 주지 않은 내용을 덤으로 알려주기 위하여 이 파트를 쓴다.

무턱대고 인문고전이 좋다고 해서 덜컥 덤벼 들어서는 안된다. 마라톤 사례를 들었듯이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하여 준비운동이 필요한 법이다.

아래의 순서대로 도전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내 기준일 뿐이다!

​또한, 어떤 고전책이든지 다 읽고 나서는 책의 내용을 3줄 이하로 간추릴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짧게 요약하지 못하면 고생스럽더라도 또다시 읽어야 한다. 책의 내용을 반드시 일이관지(一以貫之) 해야 한다!


일이관지(一以貫之)란,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의〈위령공편(衛靈公篇)과 〈이인 편(里仁篇)〉에서 공자가 언급한 말이다.

내가 읽은 책들의 일이관지의 핵심 범주 또는 개념을 적는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의 물신성(fetishism), 데이비드 흄의 공감(empathy), 아담 스미스의 동감(sympathy)과 공평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 그리고 존 롤즈의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와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위에 언급한 책을 비롯하여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모든 책에 대하여 읽을 생각이 있는 독자들은 연락해도 좋다. 만약 정말로 물어 온다면, 책의 내용 말고 입문서-원서(영어본)-번역서의 선정에 대하여 성실하게 대답해 드릴 것을 약속한다.

그동안 읽었으나 이해가 거의 조금밖에 안 돼서 다시 읽어야 할 대표적 고전(영어 원서 또는 영역본)은,


[국부론, 자본론, 정의론, 도덕감정론, 열린사회와 그 적들, 자유론, 인간본성에 관한 논고, 순수이성비판, 정신현상학, 과정과 실재, 종의 기원], 법의 정신, 역사의 연구, 과학혁명의 구조, 로마제국쇠망사 따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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