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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un 26. 2023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무색무취의 시간이 여름날 발을 담그고 서 있던 시냇물처럼 나를 스쳐 지나갔다. 요즘 나는 날짜나 요일을 확인할 때마다 너무 빨리지나 있어 어리둥절해졌고 지난 시간을 도둑맞은 것처럼 아쉽게 느껴졌다.

  일의 결과라든가 계획해 둔 여행을 기다릴 때는 달랐다. 천천히 바뀌는 시간을 그 일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진짜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대충 보냈다. 사는 건 행복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점선이 아니라 지난한 실선인데. 어떤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하고 날려버린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도 내 삶이었는데. 내게 주어진 밥그릇 같은 거였고 그걸 다 먹으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 귀한 줄 모르고 흘려보냈다.


  …….

  뭐 그럴 때도 있어야지. 피곤하게 어떻게 꼬박꼬박 다 의미 있게만 살아. 가끔은 일부러라도 힘을 빼고 설렁설렁 사는 사치도 부려야지. 마음을 고쳐먹고 움츠렸던 어깨를 폈다.


  그래도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는 동요처럼, 가끔은 바쁜 가운데 또는 그냥 흩어지는 시간 속에 고요히 멈추고 ‘눈도 감지 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는 순간이 필요하다. 오래전 살았던 인디언이 잠시 서서 뒤처진 자신의 영혼이 다가와 보조를 맞추기를 기다리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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