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나는 남편과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로 갔다.
주말의 번화가 산책은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다가 날씨가 좋아서 집에 있기는 아깝다는 말이 나왔고, 그럼 서울이나 갈까? 하는 가벼운 말로 시작되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 후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서울 근교로 옮긴 후 지금까지 살고 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등 서울에 자주 가지만 남편은 업무나 경조사를 제외하곤 서울에 거의 가지 않았다.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 한강의 유람선 따위는 그야말로 티브이에서나 보았던 것이다.
종로 3가에 내려 제일 먼저 간 곳은 세운 상가였다. 남편이 젊었을 때 친구와 공테이프를 사러 왔었다는 곳 삼층에는 작고 정겨운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름만 들어봤던 호랑이 커피는 사람이 많아 안팎 모두 앉을자리가 없었다. 조금 더 걷다가 이름 모를 작은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사서 그늘진 바깥 자리에 앉았다. 나오니까 좋았다.
길 건너편에는 종묘가 있었다. 종묘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건물만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안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본관은 공사 중이었다). 키가 크고 굵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으니 도심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어딘가 산사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음만 남은 컵을 들고 청계천을 느리게 걷고, 광화문 광장을 두리번거리며 걸은 다음 이른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유람선도 타 보자."
남편이 말했다.
나 역시 유람선을 타 보고 싶은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