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야기 13.

인성은 반드시 드러난다

by 이기적 J

몇 년 전....

둘이었다. 2명의 CD. 그게 팀의 전부였다.

그렇게 만났다.

이 인연은 곧 악연이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녀는 밝았다. 적당한 농담에도 웃었고,

형식적인 칭찬에도 기뻐했다.

“너무 좋네요” 같은 예의상 던진 말에도

즐거워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걸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 잘 해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그건 조건부의 평화였다.

칭찬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약간의 부족함을 이야기한 순간,

그녀는 돌변했다.


눈빛이 닫혔고, 말수가 줄었고,

회의의 리듬이 바뀌었다.


그녀는 입으로 반박하진 않았지만,

태도로 충분히 전달했다.

기분 나쁘다는 걸.

건드리지 말아야 할걸 건드렸다는 걸.


그때부터다.

회의는 비난과 비아냥으로 일관되었고

서로의 감정이 격해졌다.


그렇게 정치는 조용히 시작됐다.


단둘이 있을 땐 불편한 공기.

내 말에 반응하지 않고,

내 존재를 축소시키는 표정.

그런데 누군가 한 명이라도 끼면

그녀는 변했다.

웃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도했다.

내게만 보여줬던 표정을 숨겼다.

소름이 돋았다.

내 자리는 천천히 흐려졌다.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배제는 연출되었고,

나는 같은 타이틀을 가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기력한 조연이 되어 있었다.


사내정치는 그렇게 움직인다.

말보다 공기.

실력보다 분위기.

관계가 서열이 되고,

침묵이 설계가 된다.


나는 그녀가 내 위에 있는 사람도,

내 아래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안다.

우린 같은 CD였고,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책임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라,

조작이 숨어들기 좋은 구조였다.


내 사례가 더 취약할 뿐인 거지

사내 정치는 어디에나 있다.


정치는 실력 없는 자가 택한 무기가 아니라,

자존감이 낮은 자가 택한 방패다.


그녀는 위를 향한 정치로

정적을 밀어내려 했고,

아래는 비밀스러운 불편함으로 압박했다.

다행히 관계의 서열에서 난 밀리지 않았고

아래는 참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혼자 무너졌다.


회의 중이었다.
모두가 있었고,
누구도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의견이 오갔고,
그녀는 혼자 무너졌다.
소리치고, 삿대질하고,
무너져 내리듯 화를 냈다.

그 순간의 기억은 깊이 박혔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 감정.

정치는 깨졌다.
그리고 그녀는
모두에게 '미친년'이 되었다.

그녀가 만든 무대에서
그녀 자신이 가장 과한 연기를 하며
막을 내렸다.


그건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라

오래된 조작의 끝이었다.

정치는 말없이 시작되지만,

끝은 반드시 들통난다.


나는 이제 안다.

작은 칭찬엔 크게 웃고,

작은 비판엔 크게 무너지는 사람.

그 경계선이 어딘지.

그들이 침묵을 어떻게 연출하는지.

그리고 결국, 그 정치가 조직을 어떻게 말라가게 만드는지.


하지만 어디에나 그, 그녀들이 숨어있다.


정치는 들키지 않기를 원한다.

일부 원하는 바를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늘, 반드시, 결국엔 들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