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야기 15.

기술은 쿨한데, 감정은 왜 이렇게 식었어?

by 이기적 J

요즘 크리에이터들은 너무 쉽게 감탄한다.
AI가 만든 이미지에 감탄하고, AI가 써준 문장을 공유하며 말한다.
“이제 감성도 AI 시대야.”
정말 그런가?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낸 감정은, 어디까지나 누군가 이미 느꼈던 감정의 파편을 조합한 결과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맥락도 없고, 체온도 없다.
한 번이라도 직접 실패하고,

미워하고,

후회하고,

그걸 꾹 삼키며 문장 하나 뽑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감동이란 그렇게 정리되지 않는다.

AI가 감동을 만든다고?
아니, 그냥 잘 만든 흉내일 뿐이다.
그런데 그 흉내에 감탄하면서
자기가 여전히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씁쓸하다.
정말 네가 만든 감정 맞냐고 묻고 싶다.


기술은 훌륭하다.
Chat GPT / 미드저니

나도 쓴다.
빠르고, 정리도 나보다 잘한다.
하지만 잘한다는 것과 ‘진짜’라는 건 다르다.
AI가 정리해 주는 건 ‘있던 감정’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생겨나는 감정을 언어로 붙잡는 일이다.
그 둘은 절대 같지 않다.


요즘 광고회사들도 이 판을 그대로 따라간다.
“우리는 AI에 진심입니다.”
“우리는 이제 크리에이티브 테크 기업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감정을 팔 건데?
기술 도입은 빠른데, 그걸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없다.
광고가 감정을 팔지 못하면, 그냥 시각적 노이즈일 뿐이다.
기술 자랑 말고, 감정을 건드리는 기획 좀 보여줬으면 한다.

지금 우리는 '감동이 있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놀라는 감탄'만 소비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느끼는 일을 직접 하려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게 내 일이라고 믿는다.
내 감정의 소스를 외주 주는 순간, 나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그건 그냥 운영자일 뿐이다.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해야 할 일은

AI를 이용해 얼마나 실제처럼 구현할 것인가? 가 아니라

AI로 얻은 편의를 어떻게 감정의, 감성의, 공감의 표현에 이용할 것인가 이다.


그저 보이는 편리함에 현혹되어 본질을 잊은 채 AI가 만능이라 확신해선 안된다.

AI 사용의 숙련이 이 시대의 스마트함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훗날, 모든 매체에 AI로 생성된 비슷한 얼굴의 모델들이 광고하고 연기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광고에, 연기에 익숙해져 눈물 흘리고 감동받을 거다.


그땐 카메라 앞에서 실제로 말하고 움직이고 눈물 흘리는 광고가 특별해지겠지.

지금의 AI 쇼크처럼


지금 당장 AI가 나보다 똑똑해져도 괜찮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바보처럼 느끼고 싶다.
적어도 그 바보스러움은 온전히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