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하여,
나는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걸까.
자꾸만 죽고자 하기에
이렇게 또 사는가.
내가 나로 있는 것이 안 된다기에
죽고, 죽고 또 죽고자 마음 먹으니
삶을 또 살아내고 살아내지고
연한 명줄이 이어지고 연장되고
늘어나고 질겨져 이리 또 사는가.
그래 그럼 살고자 마음 먹자 하니
여지껏 한번도 내 방 안에 스며든 적 없는
따스한 햇살이 나를 비추네
그 온기가 내 연약한 두 다리를 또 일으키네
갈 곳 잃은 내 길 앞에 또 등불 되네
살고자, 살고자, 또 그렇게 나는 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