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너는 나의 모든 방향이 되어주라

이야기로 친다면 어디쯤일까.

기-승-전-결 중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과정 중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더라.

배가 물살 위에 있을 때는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더라.

그것은 나침반이 있다해도,

망원경이 있다 해도, 명확한 도착지가 있더라도

어디로 이끌릴지는 모르는 것이라더라.

얄팍한 이 관계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쏟아붓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입고도 또 이렇게

사랑받았던 기억만 가지고 보이지 않는

영원을 향해 같이 가기를 원하는지.

-너는.

나의 이끌림이 너에게로 향하게,

옳은 방향을 제시해주고,

너는 나의 대답이 되어주고,

나의 모든 질문에 확신이 되어주고,

나의 모든 아픔과 고통의 근원이 되어주고,

기쁨과 슬픔의 처음과 끝이 되어주고,

너는 그렇게 나의 모든 방향이 되어주라.

어디로 흘러가든 항상 너의 이끌림에,

너의 거친 파도에 부서져도 좋으니

그렇게 네 안에 깊게 망가져 잠겨버리는

삶도 원하니

너는 나의 평생이 되고 나의 영원이 되어주라.

그렇게 나의 마르지 않는 바다가 되고

고요할 틈이 없는 깊은 숲이 되어주라.

어떤 계절에, 시간에 섞여도 좋으니

너는 나의 모든 부분이 되어주라.

그래,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차지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