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이 있어 괴롭다.
나의 맨살을 보이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심장과 흐르는 피와
지방과 근육을 덮고 있는
살가죽일 뿐이다.
나의 뼈와 이 골격과 구조는
그저 나의 선대의 사람의
사람의 사람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그것들이
사랑스럽다고 여긴 이 살가죽과 구조들은
말이다, 그저 나의 영혼을 담는 그릇일 뿐이란 말이다.
어찌 사랑이 육체에만 귀속되는가,
어찌 사랑이 육체로만 귀속되는가.
나의 맨살은 이게 다인 것이다.
더는 특별할 것 없이 그저 이런 것일 뿐이다.
그런 내게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육신이 있어 괴롭다.
육신이 있어 괴로워.
몸과 마음이 있어 괴롭고
마음이 몸에 담겨 있고
몸이 그 마음을 담고 있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