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척, 기선제압을 하라구요?
요리사 튜토리얼 9화
이것도 요리사의 업무 중 하나일까?
근무한지 몇 달이 지나고 나는 난생 처음으로
"저한테 소리지르면서 화낼 줄 알아야 해요"
남에게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매니저로 근무하는 몇 개월동안
나는 감정표현을 크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업무 시간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듣는 편에 가까웠다.
뭐 이번에 큰일이 났다더라,
다음달에 이런이런 일을 할 건데
설레지 않느냐- 식의 어떤 감정 표현을
요구하는 일에 나는 항상 한결같이 '아 그런가요'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웬만한 일에 놀라거나,
설레는 일이 없었다.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어렸을 때 무슨 일을 당해서 어둡게 컸다거나
그런 건 없다. 밥 잘 먹고 잘 놀고 잘 컸으니까.
나는 그냥 타고 나기에 모든 일들에
'아 그렇군요' 하는 성격이다.
또 한창 손이 느릴 때라 집중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내에
끝낼 수 없어 대화를 먼저 건네는 일도 없었다.
이런 목석(?)같은 내가 답답했던 건지
조리장님이 내게 저런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또 동시에
"성격을 아주 독하게 먹어야 해요.
누구도 매니저님 무시 못하게.
나중에 내 제자도 같이 일하게 될 건데
그때 확실히 매니저님이
기선제압 해야해요"
굳이 기선제압을 해야하나 싶었다.
일을 잘 해야 무시를 안 받을 텐데
아직 일을 못하는데 잘하는 척만 하면 무슨 소용이지.
딱히 공감이 안 가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조리장님의 제자분이라면
기선제압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많이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이야기에도 크게 감흥이 없던 나는
30분가량 나에게 이것저것 조언해주신
조리장님의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아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