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날, 내 마음은

아, 보람찬 하루였다!

by 안이서

내가 이 ‘보람찬’ 느낌을 얻기 위해 오늘 한 일들,


설거지, 빨래 널기, 화장실 청소,

가스렌지 기름때 청소, 전자렌지 묵은 때 닦기,

온 집안 가구에 쌓인 먼지 닦기,

바닥 청소, 특히 바닥 구석에 잘 안 보이는 먼지 청소,

3일치 도시락 준비,

필기구 종류별로 나누기, 필기구통 책상에 나란히 정리,

빈 박스 정리, 재활용 쓰레기 정리,

화장대 정리,

씻고 새로 산 강력 보습 바디로션 정성껏 바르기,

에고…… 힘들다.


케이크에 불을 붙인 후 소원 빌고

후! 촛불 끄기.

참고로 내 생일이었다.


많은 일을 했고, 깨끗해진 주변을 둘러보며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만족감에 생일을 맞았다.


원대한 목표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때도 있었다.

그랬었지…….

그 때는 자괴감과 두려움만 가득했었다.


참 우습기도 하지? 내 주변을 청소하는 간단한 일에서

마음 가득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을 몰랐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꿈과 목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시선은 너무 먼 곳이 아니라,

내 앞에 두어야 한다.


목표만 바라볼 때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집안이 엉망이 돼 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알아채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목표를 이루었나? 그렇지도 못했다.

목표만 바라볼 땐 그것이 너무 거창하게 보여

무언가 굉장한 것을 해내야 할 것 같은데, 내 역량이 못 따라갔기 때문이다.

목표는 늘 먼 곳에 있었다.

덕분에 나의 하루는 자괴감으로 가득했다.


깨닫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마 내가 고집이 센 사람이라 그랬나 보다.

목표만 바라보는 고집을 내려놓은 후에야

일상의 소중함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나의 소중한 하루, 소중한 사람들.


오늘 나는 아주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느 날, 내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