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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마음은

빨리 나와라! 판결

by 안이서

빨리 나와라, 판결!


시국이 참으로 험한 이때에, 나의 마음은 어땠는지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아마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일 테고, 우리의 마음이겠지.

우리 대부분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계엄이 있기 전 나의 일상은,

어떻게 해야 가게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까?

살을 좀 빼고 싶은데 간헐적 단식을 할까?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건 어떨까? 도전해 봐?

코인을 지금 사야 하나?

글 써야 하는데…….

잠깐만 다음 달에 엄마 생신이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번갈아 가며 나타났고,

생각에 맞춰

진열대 정리 좀 하고,

간헐적 폭식도 하고,

물건도 다 갖다 버리고(나니 왜 필요하게 된 건지 또 사고)

오십만 원어치 코인 사 놓고, ‘올랐네 내렸네’ 호들갑을 떨고,

소설 구상한다고 어마무시하게 장대한 세계관도 그려보고,

어마무시하게 장대한 세계관에 질려버려 포기도 하고,

선물보다는 돈이 최고라 엄마한테 용돈을 보내드려야겠다고 봉투 만들고,

그냥, 그렇게 살았다.

지루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했고, 창조도 했고, 실망도 하고, 만족도 했다.

그게 우리의 삶이니까.


계엄 후,

나는 일상의 길 밖으로 자꾸 비껴 나가게 됐다.

내 삶을 살다가 답답한 속을 어찌하지 못해 뉴스를 튼다.

뒷목을 움켜잡을 소식만 주구장창 들리니 뉴스를 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무의식적으로 또 뉴스를 튼다.

이전까지 뉴스는 나의 일상이 아니었다. 가끔 치는 조미료일 뿐이었다.

지금은 조미료에 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내 자신이 일상적인 삶에서 나가떨어질 것 같다.


기득권층의 ‘오만, 이기심, 양심 없음, 무식함!’이 만천하게 드러났다.

이 시국에 내 마음은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 찼다.

빨리 판결이 나왔으면 좋겠다.

분노할 판결이든, 환호할 판결이든 어여어여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안에 품고만 있던 이 마음을 행동으로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표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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