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사람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 중 한 사람이 있다.
프릴 달린 블라우스와 그 위에 꽃무늬 조끼를 자주 입는다.
바지 입은 모습은 한 번도 못 봤다. 한 겨울에도 늘 치마만 입었다.
긴 치마, 짧은 치마, 몸매가 드러나게 붙는 치마, 프릴이 달린 주름치마.
끈을 사선으로 매는 핑크색 가방에는 인형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주인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움직인다.
예쁜 건 어찌나 좋아하는지,
“어머, 이거 너무 예쁘다. 근데, 이런 거 나도 있지~~~롱!”
하고 꺼내서 자랑한다. 핑크색 가방 안에는 예쁜 것들이 가득 들어 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그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남자예요, 여자예요?’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데 매번 참았다. 혹시 무례하게 느낄까 봐서다.
하지만, 여자 옷 입기를 좋아하는 남자인지, 수염이 난 여자인지…… 난 너무 궁금한 걸 어쩐다나?
그 사람이 하루는 남자 손님과 함께 들어왔다.
“나 음료수 하나 사도 돼?”
라고 물으니 남자 손님이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 사람은 초코우유 하나를 들고 왔다.
“그거 하나면 돼?”
라고 물으니, 깜찍하게 고개를 여러 번 끄덕여 보였다.
“빨대는?”
남자 손님이 신경을 써 주는 질문에,
“지베 있떠. 아주 마니.”
라고 혀 짧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남자 손님은
“빨대 많아서 좋겠다, 임마.”
라고 대꾸했다.
야호! 드디어 나는 그 손님의 성별을 알게 됐다!
가만히 보니 같이 온 남자 손님과 외모가 많이 닮았다. 아마도 형인가 보다.
동생의 범상치 않은 꾸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동생을 아낀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남자 손님이 집에 간다고 나간 후,
“오늘 이게 첫 끼예요. 된통 체해서.”
초코우유를 들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왜 체했는데요?”
“제가 유치원에서 보육 교사로 일 하거든요. 금쪽이 아이가 하나 있는데, 그 애 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요.”
전에는 그의 성정체성이 궁금했고, 왜 그런 희한한 삶의 방식을 택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런데, 그 날 후로 그런 호기심이 싹 사라졌다.
서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장도 있고, 붙임성 있는 성격을 가진 그냥, 그냥, 뭐, 그냥, 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도리어 그때까지의 내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됐다.
‘야, 나는 여즉까지 내가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다? 근디 아닌가벼. 너는 너 자신도 지대로 모르믄서, 우째 남을 파악하려고 했냐? 정신 차려라.’
이렇게 간만에 부끄러움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