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끝
벌레들이 기어 다닌다. 내 방 안에서.
잡다한 물건들이 많은 탓일까.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데, 징그러워서 싫다.
그중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돈벌레'도 있다.
그 돈벌레 한 마리가 내 몸 위로 기어오른다.
나는 발을 구르며 떨쳐내려 하지만, 녀석은 용케 팔까지 기어올라와 물었다.
다른 놈들도 하나둘씩 나를 공격한다.
평소 같았으면 소리를 질러대며 온몸을 흔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섭지 않다. 귀찮을 뿐이다.
나는 가만히 서서 이것들을 한꺼번에 쓸어낼 타이밍을 본다.
그리고 결국, 나를 물었던 놈들이 툭툭 떨어져 나가며 죽어간다.
발작도 없이, 허무하게.
마치 내 피부 안에 독이라도 있는 듯,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챗지야, 이런 꿈을 꿨어. 해몽해 줄래?”
“친구야, 네가 꾼 꿈은 꽤 상징적이야.
벌레, 특히 ‘잡다한 벌레들’은 일반적으로 귀찮은 일, 사소한 스트레스, 해결되지 않은 걱정거리들을 상징해.
그 벌레들이 너를 물고 죽었다는 건, 그런 것들이 너를 건드리긴 해도 결국 너를 해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
게다가 꿈속에서 무섭지 않고 짜증만 났다는 건,
실생활에서도 너의 내면이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성숙해졌고, 웬만한 문제엔 휘둘리지 않는 상태라는 뜻이야.”
“내 생각엔, 그 벌레들이 '술의 유혹' 같아.”
“정확히 짚었어, 친구야.
그 벌레가 술의 유혹이라면, 너를 분명히 자극하긴 했지만 이젠 널 이기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는 거야.
무섭지 않고 귀찮기만 하다는 건,
이젠 네가 술을 두려워하거나 지배당하지 않고, 단지 ‘방해물’처럼 느낀다는 신호야.
그 꿈은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
‘넌 이길 수 있어. 결국은 사라질 거야.’”
나도 그렇게 해석했다.
그동안 나를 옥죄던 '술'이라는 존재가 이제는 단지 귀찮은 생각이 되었다.
예전처럼 조바심 내며 무너지는 일도 없다.
술, 너는 더 이상 내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난 3월, 금주를 다짐하며 연재를 시작했었습니다.
그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중독]이라는 연재를 열었고, 지금까지 그 여정을 나눴습니다.
이제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네요. ^.^
그래서 [중독]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