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기본적인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퇴근하면 여전히 피곤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녁 시간이 조금 달라졌다.
평소처럼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나 뭐 했지?”
이 질문이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집에 있던 얇은 시집을 하나 펼쳐봤다. 길게 읽을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몇 페이지 정도만 읽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짧은 문장 몇 개를 읽었을 뿐인데,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핸드폰을 볼 때랑은 확실히 다른 종류의 휴식이었다.
그날 이후로 자연스럽게 습관이 하나 생겼다.
책을 길게 읽기보다는, 그냥 한두 페이지라도 읽어보는 것.
그리고 며칠 지나서는 메모장에 짧게 적어보기 시작했다. 거창한 글은 아니고, 하루를 한 줄로 정리하는 정도였다.
“오늘은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다.”
“별일 없었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몇 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또렷해졌다. 그냥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라, 한 번 정리된 하루처럼 느껴졌다.
이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컸다.
하루가 끝나는 느낌이 달라졌고, 다음 날을 시작할 때의 기분도 조금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하루가 “쌓이고 있다”는 느낌에 가깝다.
아마 이 차이는 크지 않지만, 계속 이어지면 꽤 다른 결과를 만들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단한 계획이나 결심이 아니라도,
이런 작은 습관 하나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조금 더 궁금해진다.
이렇게 쌓인 하루들이 이어지면,
나는 어떤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