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오랜 새 친구 만나러 가는 길

일본, 소도시 오쓰

by 쓰는사람 명진

외국여행 때 인스타 스토리 박제되 본 적 있어?

그것도 이름옆에 하트를 달고서 말이야

나는 유명인도,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닌

우연히 들른 평범한 손님일 뿐인데 말이야.

난 있어. 바로 여기야.


여행이 지나간 자리에 추억이 남는 건 흔하지만

그 순간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낯선 땅에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무래도 난 여행로또를 맞은 거 같아.

내가 특별하지 않아도 다정한 사람들 곁에서는 삶이 밝아지는 걸 배웠으니까 말이야.


사람은 짐보다 마음을 정리해야 떠날 수 있데.

그런데 마음이 가볍다면 짐도 그만큼 가벼워지나 봐. 이번여행, 3박 4일이었는데 기내 가방 반쯤만 채워도 충분했거든. 한 손으로 가뿐히 기내 선반에 툭 올려두니 괜히 웃음이 났어.


예전 캐나다에 갈 땐 이민 가방 2개에, 백팩까지 등에 메고 끙끙 거리며 공항에 들어서던 나였는데.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뭐라고 할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하니?'라고 서운해할까?

아니면

'진정 중요한 건 가방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흐뭇하게 웃을까?


비행시간 고작 1: 50분 만에 일본에 도착했어.

시차조차 없는 가까운 곳인데 여행자로 살면서 왜 이제야 왔을까?


사실 행복이란 멀리 가야만 찾을 수 있는 줄 알았거든.

14시간을 날아 캐나다에 가야 숨은 보물을 찾을 거라 생각했고. 태국이나 홍콩의 시차를 인내해야 발견하는 건 줄 알았어. 아마도 현실이 고단해서였나봐.

나의 현생과 최대한 멀어진 미지의 세계만 쳐다보고 살았던 이유가 말이야.


비행 피로를 느낄 새도 없이

붙이는 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유유히 빠져나온 공항에서 여유 같은 게 생겼어.

무엇이든 처음보다 두 번째는 수월한가 봐.

어쩌면 아빠를 잃은 게 처음이라서 그렇게 방황했으려나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면 늘 고개를 들게 되

한낮의 반짝임,

저녁노을의 따뜻함,

밤이면 퍼지는 가로등 불빛까지

24시간 언제나 예쁘기만 한 존재인 거 같아 부럽더라.


간사이 공항을 나와 지하철 창문 너머로 오사카 만을 지날때 한강의 아름다움이 보였어. 수면 위로 퍼지는 오후의 윤슬이 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언어는 달라도 따뜻함이란 국경을 넘나 드나 봐.


우연히 어떤 영상을 봤는데 말야

흙탕물이 된 유리잔에 깨끗한 물을 붓고 또 붓더라.

탁하기만 하던 물이 깨끗한 물과 섞이고 또 섞이다가

끝끝내 맑아지는 걸 몇번이고 돌려봤어.


그때 알았지,

치유는 몰아내는 게 아니라 다시 채우는 일이란 걸.

어두운 마음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조용히 따뜻한 순간들을 부어주면 된다는 걸.

끝끝내 맑아질 때까지.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다.

다정한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식당 오픈 시간에 뛰어들어가 놀라게 해 줘야지.

작년에 처음 만난 그때처럼



"저기.. 식사 가능한가요?" (2화 참조)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신다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


2화

https://brunch.co.kr/@120mjkim/9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