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그라피> 사진전에서
교토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도시일까?
그 매력은 전통적인 거리의 고즈넉함일까?
감각적인 카페와 세련된 맛집들일까?
내게 교토는, 한 장의 사진이야.
따뜻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건네는 도시.
작년에 낯선 사진 앞에서 참 많이 울었는데.
그게 치유의 시작이었나 봐.
올해도 <교토그라피> 사진전을 보러 가는 길이야.
이번엔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울어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교토는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게 해.
기억을 자극하면서도,
슬픔을 다른 방식으로 껴안을 수 있게 말이야.
사진전을 향해 걷던 중, 짙은 초록이 도드라진 골목을 지났어. 그늘진 담벼락에 햇살이 조각처럼 부서지는 5월의 온도. 아빠가 분명 좋아할 날씨야.
“날씨가 아까우니 드라이브 가면 참으로 좋겠는데 말이지 허허허허”
선글라스를 끼고 고작 30분 거리의 단골 식당이 드라이브 코스지만 말야.
아빠가 떠나고 지난 1년
지독하게 힘들었는데
어떻게 견뎌냈을까.
참 많은 선한 빚을 졌어.
부고 문자에 전국에서 달려와준 고등학교 친구들
인터넷에서 그런 말이 있더라 — 아. 우. 디.
“아줌마들의
우정은
디질 때까지.”
우리가 아줌마든 아니든,
우리 우정도 그렇게 이어져 가고 있나 봐.
화사하게 핀 벚꽃을 텅 빈 눈으로 바라볼 때
“저거~ 마 확 다 잘라 뿌까요?” 하던 친구의 헛웃음도,
“이젠 내가 아버지 해줄게” 말하던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의 깊은 눈빛도.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던 나를
풍파 속에서도 조용히 지켜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선선히 빚을 졌고,
그 마음을 갚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나의 바람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야.
사진전 안에서, 아빠와 나를 닮은 사진을 하나 만났어.
흑인과 백인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모습 뒤로
함께 지나온 긴 도로가 흐르고 있었어.
행복은 기름값보다 더 귀한 거라고
자꾸만 김기사 시키던 조수석의 수다 폭격기, 아빠
카페에 처음 가봐서 어색해하던 아빠가
나중엔 도전정신을 발휘해 에스프레소를 시키더니
“왜 내 것은 간장 종지를 줘?” 하며 투덜대던 어느 날.
선글라스가 맘에 든다고
실내에서도 절대 끼고 있던 이상한 부녀.
사진 속의 사람들은 나와 아빠가 아니었지만
그 둘처럼 우리도 참 잘 어울리는 친구였던 것 같아.
함께한 길만큼 웃긴 추억도 많았으니.
마지막 이별의 아픔만 맘속에서 오려내고
영원히 즐거운 기억으로 아빠를 떠올리려 해.
“I am here for you.”
당신을 위하여, 내가 여기에 있을게요
탁닛한 스님의 말처럼,
누군가를 위해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게 최고의 위로고,
결국엔 진짜 치유라는 걸
나는 교토에서 배우고 있어.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