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여행객 들은 알고 있다.
낯선 나라에서 술을 마실 땐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주의와 거리 두기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평소엔 1년에 1-2번도 먹지 않는 술을 이곳에선 세 잔 째 마시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게 말이지.
"에므제이~ 이 위스키 맛이 좋아요. 좀 줄까요?"
"에므제이~ 사케 먹어 볼래요?
마마짱은 나의 안전기지였다.
K-드라마에서 배운 정확한 한국어로 "괜찮아?"를 수시로 묻던 사람
사람들이 자꾸 내게 말을 걸 때도 "괜찮아?"
피곤해 보이면 "괜찮아?"
음식이 부족하지 않은지 "괜찮아?"
그런 마마짱의 따스한 둥지 안에서 내 옆엔 마마짱의 친한 동생인 재일 교포인 유기타언니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술을 권하면 호위무사 같이 등장하는 사람들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괜스레 마시고 싶어진다.
시원하고 쌉싸름한 맥주 한잔이.
"어? 이거 한국에서 유명한 캐릭터예요. 빵빵이!"
마마짱의 핸드폰에 대롱대롱 매달린 빵빵이 인형 폰스트랩을 보며 반갑게 말했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그걸 빼더니 내 손에 쥐어준다
"프레젠또"
아니에요, 아니에요. 손사래를 쳤지만 다정한 눈빛이 반짝여서 더 이상은 거절할 수 없었다.
마마짱은 자꾸만 나의 세계를 자꾸만 허문다.
세상엔 공짜 점심이 없고, 먹은 만큼 밥값하고 살아야 한다고 지금껏 배워왔는데.
밥값을 내밀 때도
인형을 쥐어줄 때도
손을 꼭 잡으며 프레젠또라고 웃는다.
아무런 이유 없는 선물을 받으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나는
냅따 바닥에 철퍼덕 절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아~~~~ 리 가~~~~ 또오~~~~~~~~~~
꺄르르르르, 웃음이 번진다.
10시가 가까워오자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된다.
근처 숙소가 없어서 오쓰가 아닌 교토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열차를 놓치면 곤란해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는 모습이 서울로 출근하던 경기도 라이프를 떠올리게 했다. 세계는 달라져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또다시 혼자 피식 웃었다.
나의 눈빛을 읽은 마마짱이 괜찮은지 묻는다.
번역기의 도움으로 상황을 설명했더니. 마마짱이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걱정 말라는 손짓을 했다.
"데려다줄게. 내가 술을 먹은 지라 우리 딸 스즈호가 운전하면 돼. 숙소까지 데려다줄게. 걱정 마. 전혀 걱정하지 마 ~" 얼른 번역기를 받아 대답했다
"이번 숙소는 교토라서 너무 멀어요.. 갔다 오시면 새벽이 될 텐데 너무 죄송해서 안돼요..."
나의 말을 본 마마짱은 씩 웃으며 번역기에 다음 말을 입력해 보여줬다.
"엄마가 더 보고 싶으니까."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번역기는 엉망이었지만,
서로의 언어는 모르지만,
마음은 늘 그보다 먼저 도착한다.
고마운데, 정말 고마운데 할 줄 아는 말이 없어서
미안해서, 거절해야 하는데 할 줄 아는 말이 없어서
그냥 식당 바닥에 대고 마마짱을 향해 냅따 절을 했다.
또다시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마마짱의 이름은 미즈호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마마짱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지만 큰언니 정도의 그녀에게 mama (엄마)라고 부르기가 어색해 처음엔 입을 떼지 못했다.
갸름한 얼굴에 선이 짙은 얼굴.
가지런히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 강인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원래 그렇지 않은가.
엄마들은 뭐든 다 해내고
엄마들은 뭐든 다 포용해 주는
그런 바다 같은 존재 아니던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촘촘한 레이더망은
여행자의 필수템.
나의 오랜 레이더망이 말하고 있다.
바다 같은 엄마라는 단어를 인간화한다면
아마도 폭풍우가 쳐도 잔잔한 수면을 가진 대양의 모습을 가진
마마짱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러니 나도 언니 말고 친구 말고,
존경과 친근함을 담아 불러본다.
"마... 마마 짱.... 최고.."
누군가의 일상에 내가 온기를 남겼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기적이다.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