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생은 우리가 만난 사람들의 총합

일본의 작은 도시 오쓰에서

by 쓰는사람 명진


비 오는 새벽,

낯선 일본의 도시에서 혼자 있는 여행자가

외롭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불 꺼진 상점들

비에 젖은 간판

스치는 와이퍼 소리


시계는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우리는 오쓰에서 교토로 달리는 중이다.


스즈호가 운전하고, 조수석엔 마마짱

뒷좌석엔 유키타 언니, 그녀의 아들, 그리고 나까지

다섯 명은 오손도손 차에 타서

편도 50분이 걸리는 나의 숙소를 향해 가고 있다.



#스즈호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조용하지만 압도적인 분위기를 가진 친구들이 있다.

마마짱의 딸 스즈호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년 이곳을 처음 왔을 때,

바 테이블의 끝에 있었지만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

올해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움에 인사를 나눴지만 깊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런 스즈호는 콘서트를 보고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엄마가 정해버린 "에므제이 교토까지 데려다 주기" 임무를 맡고 운전대를 잡았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싶은 내게

스즈호는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고운 사람이 웃으면 따라 웃게 된다.

따라 웃다 보면 잊게 된다.

비의 외로움도, 밤의 적막함도


#요시다상과 코토노

작년엔 코토노가 운전해 숙소까지 데려다줬었다.

조수석엔 마마짱이, 뒷좌석엔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단골 손님 요시다상과 내가 앉았다.


중간에 앉은 나와 다리가 닿자

요시다상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연거푸 사과를 했다.


그때, 어떤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좋은 사람을 찾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을 음소거하고 행동을 봐.”


말이 통하지 않아서 더 잘 알 수 있다.

이 사람들 이 다 ‘그런 사람’들이라는 걸.


#에므제이 퍼스트

새벽 12시를 훌쩍 넘긴 교토

숙소 앞에서 모두가 손을 흔든다.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50분을 달려 오쓰로 돌아갈 사람들


그들을 태운 차의 뒷모습이 점이 될 때까지

한참을 서있던 그 순간 깨달았다.


작년에도,

이번에도,

내 숙소가 가깝든 멀든

친구들은 나를 제일 먼저 데려다주었다는 걸


그래서 유키타 언니의 어린 아들조차

새벽이 훌쩍 넘겨 집에 도착했을 것이란 걸



이 세계는 견딜만한 이유가 하나 있다면,
그건 다정함이다

  -이슬아-


이 연재는 여행정보 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갑니다.

한 조각씩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함께 걸어주시면

슬픔이 희미해지고 다정함이 스며드는 흐름을

더 선명히 느끼실 수 있어요.


제1화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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