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體化)— 긍정도 가스라이팅

by 고요한걸

체화(體化)

‘체화(體化)’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지 않는 일원론적 관점에서, 신체가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세계를 인식해 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생각이나 사상, 이론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몸에 배어 결국 자기 것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삶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단계다.

그렇다면 긍정을 체화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긍정적인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성향을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마치 성격처럼, 긍정도 이미 확정된 기질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태생적으로 밝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믿음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뇌는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나서야, 긍정 역시 학습되고 반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과감하게 말해본다. 긍정도 어느 정도는 ‘가스라이팅’이 필요하다고. 물론 타인에 의한 왜곡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설득과 반복의 언어라는 의미에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인지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해석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들로 가득하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감정 앞에서, 긍정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긍정심리는 타고나는 성격이라기보다,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태도에 가깝다.

이 깨달음 이후, 나는 긍정을 체화하기 위한 배움의 길을 선택했다.

미술을 통해 감정의 정화를 경험했고, 교육을 통해 긍정심리를 삶에 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렇게 나는 미술치료교육학과 석사과정에 들어섰다. 이 과정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배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분명해진 것이 있다. 긍정은 주문처럼 외운다고 생기지 않고, 이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내 것이 되지도 않는다. 반복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며 몸에 남을 때 비로소 체화된다. 그래서 나는 이 교육과 배움의 과정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조금 더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방법들을 차분히 공유하고 싶다.

이 글은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긍정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다시 설득해볼 수 있는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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