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흔적

by 김규완

홀가분한 일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열심히 돌탑을 쌓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리고 참 답답한 일입니다. 그래서 제게 가치 있다는 것이 무엇일지는 아직 모르잖아요.

또 지금 느끼는 바를 조금 더 표현해 본다면요,

가치관의 부재에 대한 미시감이라 할까요.

애초에도 딱히 잘 따져본 가치판단의 기준이랄게 없었는데, 그저 돌무더기에서 떨어진 이 상황이

더욱이 낯설게 느껴질 따름이니 말이죠.

성취의 기쁨을 논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원래는 이 세상이 성취하며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형형색색의 낙원이었다면, 이제는 마치

무채색의 헛헛한 광야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막막하지만, 희망찹니다.

저는 혼자가 아님을, 또 어딘가에 이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모르지만,

저는 다시금 실마리를 찾아 나섰죠.


그러고는 어느 날, 낯선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처음 보는 생경한 빛깔을 내고 있었어요.


Just as a candle cannot burn without fire,

men cannot live without a spiritual life.

양초가 불 없이 탈 수 없듯이,

인간은 영적인 삶 없이 살 수 없습니다.

-Gautama Buddha(B.C.560~B.C.480)


의아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Without the spiritual world,

the material world is a disheartening enigma.

영적인 차원 없이는,

물질세계는 절망적인 수수께끼일 뿐입니다.

-Joseph Joubert(1754~1824)


저는 어떤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세상에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 또한 없어요.

신에 관한 이야기는 참 터무니없게 들릴 따름이었죠.

무엇을 믿는다면, 그 대상은 곧 저 자신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록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말이에요.

신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제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겠다 싶은 거예요.

그들이 왜 이런 말을 남겼는지, 내가 직접, 꼼꼼하게

한번 따져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다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우연히 한 기관에서도 이에 관한 내용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제 마음은 더욱이 설렜습니다.

저 너머에 분명히,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리라 느껴졌거든요.

저는 단 한 가지의 방법만 찾아내어도 충분할 테니까요

가령 이 과정이 어둠을 밝히기 위한 전구를 만드는

이야기라고 해 본다면,

빛을 내는 모든 방법은 알 수도,

알아낼 필요도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빛나는, 의미 있는 생을 이루는 그 수많은 방법,

그중 단 하나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꺼이 신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한번 전구가 켜지는지 보려구요,

참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요.

이는 여느 분명한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생각이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One must still have chaos in oneself

to be able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

찬란한 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혼란이 존재해야 합니다.

-Friedrich Nietzsche(1844~1900)


이 시도가 저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건강의 정의에서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이어 ‘영적 건강’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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