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의심

by 김규완

신에게 다가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저 그 자체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최대한 합리적으로,

또한 합목적적으로 생각해 보고자 할 뿐이었죠.


그런데 신을 믿고 나서 생각해 보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의아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그것에게 제대로 다가갈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Humanity's ideas about God produce

humanity's ideas about life and about people.

신에 관한 인간의 관념은

삶과 사람에 관한 인간의 관념을 만들어냅니다.

-Neale Donald Walsch(1943~)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하잖아요,

신은 왜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이죠?

역사책을 펼치던, 당장 오늘의 뉴스를 보던, 세상에는 분명 악하다고 부를 무언가가 있어 보이잖아요.


If God made this world,

then i would not want to be the God.

It is full of misery and distress

that it breaks my heart.

신이 있다면, 나는 그 신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의 비극이 내 가슴을 찢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Arthur Schopenhauer(1788~1860)


보세요. 우리는 때때로 서로 뺏고, 속이고, 죽입니다.

시기하며, 기만하고, 증오하죠.

이는 신이 우리를 결핍되고 분리된,

또한 유한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애초에 우리 존재를 배고프지도, 외롭지도 않으면서

죽지도 않게 창조하였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God created the world just like a knife and left it up to us to take it by the handle or the blade.

신은 이 세상을 마치 칼처럼 창조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손잡이로든 날로든 잡도록 맡겼습니다.

-Cornelis Jacobus Langenhoven(1873~1932)


온전히 선한 존재가,

무슨 이유로 세상에 악을 허락한 것일까요?

모든 생명이, 무한히 풍족하고 안전한 낙원에서,

고통과 슬픔 없이, 영원히 존재하도록

이 세상을 만들면 안 되었을까요?


God judged it better to bring good out of evil

than to suffer no evil to exist.

신은 악으로부터 선을 이루어내는 것이,

악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셨습니다.

-Augustine of Hippo(354~430)


글쎄요, 왜요?


In order for the light to shine so brightly,

the darkness must also be present.

빛이 눈부시도록 빛나기 위해서는,

어둠도 함께 존재해야 합니다.

-Francis Bacon(1561~1626)


선을 위해 악이 필요하다고요?

혹은 인간의 성장을 위해 고통이 필요하다고요?

꽤 생각해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걸요.

신은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어둠 따위 없이도 빛을 눈부시게 내는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을 텐데요.


Evil comes from the abuse of free will.

악은 자유의지의 남용에서 비롯됩니다.

-Clive Staples Lewis(1898~1963)


음, 인간의 남용 때문이라고요?

저는 신이 그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것 같지도 않은데요.

신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죠.

또한, 애초에 자유로이 악해질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왜 만들어야만 했던 건가요?


Evil is the absence of good.

악은 선의 부재입니다.

-Augustine of Hippo(354~430)


부재요? 그렇다고 해보죠.

그래도 의문은 여전하네요.

왜 선의 부재를 허락한 것인지 말이에요.


Is God willing to prevent evil, but not able?

Then he is not omnipotent.

Is he able, but not willing?

Then he is malevolent.

Is he both able and willing?

Then whence cometh evil?

Is he neither able nor willing?

Then why call him God?

신은 악을 제거할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전능하지 않습니다.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악한 것입니다.

악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악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를 신이라 불러야 하는가?

-Epicurus(B.C.341~B.C.271)


선한 절대자와 선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 세상,

이 둘은 도무지 양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충 얼버무리며 지나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인간은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인간이 보는 악은 사실 진정한 악이 아니라는 둥 말이에요.

그렇다고 큰 종교에서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음에도 그저 믿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지는 더더욱 않았고요.


아, 저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을까요?

다시금 높은 벽을 마주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심지어 더 커다란 문제가 하나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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