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무심히도 피고 진다네
호우지시절이라는 시가 있다.
두보가 지은 시인데… 늘 이맘때 봄비가 내릴 즈음이면 이 시가 생각이 난다.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봄이 되면 내린다네..”
산에 들에 피는 꽃과 돋아나는 새 잎이 얼마나 기다렸던 비일까. 촉촉한 월요일이다.
흙냄새 가득 피어 올리며 상긋한 바람 몰고 오는 봄비에 나뭇잎 초록이 더 선명하다. 화단의 아무 데나 널리듯 피어난 들꽃과 민들레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랑스럽다.
뒷마당 백목련 잎은 이미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벚꽃 잎도 이제 제 시절을 다 보낸 듯 미련 없이 빗속에 젖어든다.
시절을 만나 고운 꽃물 밀어 올리던 나무는 이제 봄비 맞으며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다. 저 거칠한 나뭇가지에 그렇게 보드라운 꽃이 피어날 수 있다니. 매년 맞는 봄이지만 사무치게 아름답고 경이로울 뿐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꽃은 그저 무심히 피었고 또다시 무심히 진다.
산에는 진달래가 지천이고 개나리 민들레가 제 세상이다. 화사한 기품이 우아하기 그지없다. 이 세상 초라하고 늙지 않는 건 오직 산뿐인가 싶다. 멀끔한 건물도 거리도 그리고 사람도 세월이 가면 노후되고 낡고 늙어지기 마련이건만.. 산에 피는 신록은 늘 새롭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렇게 무심히 피고 질 수 있는 것일까.
봄비에 지는 꽃이 어느새 그리워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