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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와 마주하노라면

by 새벽

날짜가 벌써 일년의 반에 접근한다.

시간의 포악함은 기다림을 모른다. 지는 꽃 무상함이 서글퍼 꽃무덤 만들어 한 시름 잠겨있나 싶었는데 녹음이 우거진 푸른 여름이 성큼 창가에 드리웠다.


청춘은 저 멀리 아스라이 그림자만 드리우고 마음만 조급해진 초로의 여인이 흰 머리칼을 센다. 일상의 자질구레함은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 산더미 같은 일 앞에서 지친 어깨를 일으켜세운다. 고개들어 잠시나마 고요의 평안 속에 시선을 놓아본다.


주변의 분주하고 바쁜 소리가 나의 고요 속에 여백으로 녹아든다. 기계소리, 새소리, 자동차 소음…. 세상의 모든 두런거림과 소란스러움 속에 작은 고요가 풍요롭다.


비가 지난 후 맑은 하늘아래 드리운 초록 잎의 차양이 내 얼굴 위에 햇빛과 그늘을 두런거린다. 삶의 생기가 느껴진다. 햇빛은 아직 뜨거움을 담지 않은 싱그러운 풋풋한 밝기와 화사함으로 따스했다. 담장위에 주렁주렁 드리운 찔레꽃의 눈부신 화려함에 문득 계절의 선물을 가슴 가득 담아본다. 일년의 한 가운데. 5월이구나.


고요를 들여다보라. 아무것도 담지 말고. 일각이 주는 망각의 호수 속에 깊이 잠겨보라.


그럼 한없는 그리움의 바다처럼, 밀려드는 수많은 감각들과 마주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따라 흘러가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보듬고 자질구레한 일상으로부터 눈이 번쩍 뜨이는 낯선 그리움에 젖어들어 보라. 삶의 생기가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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