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출근하는 이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다. 도시락을 싸준지 꽤 오래되었지 싶다.
화려하진 않아도 적당히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아침용 도시락이다. 아침 일찍 나가는 이는 아침밥 대신 조금 더 잘 수 있는 침대 안의 여유를 택했다. 후다닥 준비해서 6시 반 새벽을 밀어내며 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면 공복이 늘 안쓰럽다.
그 뒷모습을 보니 아버지가 생각난다.
삶의 다양한 궤적으로 닳고 닳은 출근길을 걸으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요즘은 월급 명세서를 전자 문서로 확인한다지만 예전엔 월급봉투를 주었었다. 언젠가 발견한 장롱 속 켜켜이 모아둔 아버지의 월급봉투. 엄마는 그것을 소중이 받아 장롱 속 한 다발 묶음으로 보관했을 것이리라. 세월과 부모님의 피와 땀으로 우리 형제들은 어른이 되었고, 또 자식을 키우고 있다.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갈아타고 가는 만원 버스 안에서 남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북적북적한 출근길, 우리 삶은 또 그렇게 매일매일, 닳고 닳은 누군가의 꿈길을 밟고 지나다니며 산다.
엄마는 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밥이 놓인 아침상을 준비하셨는데. 내가 남편에게 내민 아침 도시락은 그에 비하면 간소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새벽을 여는 이에게 조금이나마 허기를 달래는 작은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