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애인이 아니었어
3040세대들은 알 거다. 2000대 초반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 학교 동문을 찾아주는 사이트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던 친구였던 그를 만났다.
그 당시 나는 좀 철이 들면서 땟국물을 어느 정도 뺀 성숙한 소녀가 되어가고 있었고, 그 아이는 마냥 철부지 같고 결핍이 느껴지는 그런 친구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아이에게 묘한 연민의 감정, 동질감 따위를 느끼고 있었는데 아마도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얼마 후 타지로 전학을 가고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다가 아이러브스쿨 모임에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훤칠해진 키가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모임에 나올 때마다 기다란 바바리코트를 입고 경제학원론같은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어려운 책을 보는 사람이라는 걸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대화하면서 뭔가 찝찝한... 그게 정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도 하나같이 걔 좀 이상하다고 평했지만 나는 그 친구에 대한 순수한 기억, 연민 등의 감정이 앞서며 믿고 싶었다.
그 친구와 따로 연락을 하며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우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소울 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대화도 잘 통했고 함께 있으면 어릴 때의 천진하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그 친구가 말했던 자신의 상황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자신이 다니고 있다는 학교도, 가족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그 친구의 결핍에서 비롯된 허언증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친구와도 똑같이 연락을 하면서 양다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기만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첫사랑과의 재회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 버렸지만, 언젠가 그 친구가 내 머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주던 기억. 내 말을 경청하며 웃어주던 모습. 그러한 기분 좋은 순간들은 아직도 내 기억의 잔상에 남아 있다. 내 인생 베스트 순간중 하나일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