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난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 눈도 잘 떠졌고, 날씨도 좋다. 왠지 모를 자신감과 행복감이 나를 감싼다.
밖으로 나간다. 평소라면 귀에 에어팟을 바로 장착했겠지만 오늘은 바람 소리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쩜 이리도 맑고 푸른 하늘이 있을까.
내 걸음걸이의 힘이 느껴진다. 보폭이 늘어났고 온몸에 에너지가 넘친다. 활기차다고 해야 할까? 주체가 잘 안 되는 에너지를 내 몸 안에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편의점에 가서 디저트 하나를 산다. 직원의 눈을 정확하게 마주 보고 웃는 얼굴과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카드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엄청난 계획들이 세워진다. '집에 돌아가면 유튜브 영상을 찍고,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영어 논문도 읽고, 전시 계획도 짜야지'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눕는다.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그 방대한 계획들은 다 어디 간 걸까.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난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좋음을 나눈다. 관심을 가져주고 대화를 건네며 상대방의 하루를 묻는다. 그걸 하루에 10명 이상과 한다. 대부분의 만남은 길기보다 짧다.
그리고 집에 오면 허탈하다. 공허하다. 우울하다. 왜 이렇게 살지? 왜 살아있지 싶다.
양극성장애 2형인 경조증 환자의 하루이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뭐든지 할 수 있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그 깊이는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더하다. 경조증은 우울증보다 자살률이 높은 정신병에 속한다. 어쩌면 행복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지니 더욱 그럴지도 모르고, 진짜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시도함에 망설이지 않는 것도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기를 추천한다. 경조증은 무엇보다 약의 효과를 잘 받는 병이기에, 약만 꾸준히 복용하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