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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초콜릿의 상자의 친절함

조금이라도 더 좋게, 더 나은 것을, 지금에서

by 아메바

일본에는 초콜릿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롯데 가나 초콜릿인가 아니면 메이지 초콜릿인가. 둘 다 색깔은 비슷하다. 크기는 가나 초콜릿이 조금 더 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메이지 초콜릿이 좀 더 부드럽다. 식감은 가나 초콜릿이 좋고. 초콜릿을 부드럽게 즐기고 싶을 때는 메이지 초콜릿을 사서 먹고, 딱딱하게 식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가나 초콜릿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후 먹는다. 둘 다 맛있다.


메이지, 가나 초콜릿의 형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일체형으로 크게 주거나, 작게 만들어 여러 개 넣어주거나(일체형이 가격이 더 낮고 양도 더 많다). 가격적으로도 양으로도 일체형이 좋지만, 가볍게 딱 한 개씩 즐기기에는 소분화 되어 있는 게 좋다. 아무래도 초콜릿이라는 게 한번 먹기 시작하면 나누어서 먹기 힘들 정도로 맛있다 보니 큰걸 사면 참지 못하고 한 번에 먹어버린다. 일체형의 경우 거의 식빵 하나의 칼로리 정도 되는데도 말이다(포만감은 거의 없다).


일체형을 고집하던 나지만 이번에 특가로 세일하길래 소분화된 초콜릿을 사보았다. 가격적으로는 일체형보다 20프로 정도 더 비싸니 이런 이벤트가 아니면 크게 구매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포장지를 까서 초콜릿을 먹으려는데 상자 구성에서 상냥함이 느껴졌다. 상자가 열기 쉽고 초콜릿을 꺼내기 쉽게 만들어져 있었다. 상자 끝쪽의 입구 쪽을 밀어서 여는데 여는 순간 사각형이 대각선을 이루면서 초콜릿을 꺼낼 때 올라오는 길을 만들어주었다. 초콜릿을 꺼낼 때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따라서 올라오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며 내 손으로 안착했다.


나는 이 순간 좀 감동했다. 초콜릿을 파는데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까지 친절하게 고려해서 만들어주다니. 이것이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일까 싶다. 어쨌거나 메이지 회사사람들이 머리를 싸매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지 하시면서 연구하고 생각해 낸 것이지 않은가. 그 결과 맛있는 초콜릿은 나에게 더 기분 좋게 전달이 되었다. 동시에 메이지 초콜릿에 대한 내 안에서의 위상도 조금 올라왔고 말이다.


사람의 경우도 그 사람이 사소하게 챙겨주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그 사소한 점을 챙기고 신경 쓰기 위해 그 사람 나름대로의 궁리와 생각의 시간이 압축되어 자그마한 선물 상자에 넣어졌기에 더 좋았던 거 같다. 선물 상자의 크기가 크면 그 안의 내용물을 더 크게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상자 크기가 작은 데 구성 내용이 알차다면? 작은 선물 상자 안에 에어팟 프로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의외로 고가의 물건들 중 큰 상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크기보다 사소한 디테일과 의미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다. 계속해서 늘리고 벌리고 키우고 이러는 것보다 지금에서 더 좋음을 전달하는 법을 말이다. 마치 헤밍웨이가 여섯 단어로 사람들을 울렸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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