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운명했다

4년정도 쓰면 갈 때 됐지...

by 아메바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핸드폰을 두 개 가지게 된다. 하나는 국내용, 다른 하나는 외국용. 해외에서 사는 시간이 더 길어지다보니 자연스레 원래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에 좀 더 소홀해진달까. 나는 원초적인 갤럭시 유저다. 갤럭시 노트1부터 시작해서 S20까지 쭉 스마트폰은 갤럭시였다. 하지만 아이폰 생태계가 자리한 해외에서 살기 시작한뒤로 아이폰을 구입했고, 자연스레 애플에 적응하고 있다. 현재 이 글도 맥북으로 작성하는거니, 이미 애플의 노예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잠깐 잠깐 한국 들어갈 때, 2주정도 사용하는 핸드폰이니 성능이 무엇이 중요할까. 그냥 전화 되고 인터넷 되면 충분하지 싶은 생각에 4년정도 핸드폰을 바꾸지 않고 있다. 도중에 액정이 깨지기도 하고, 핸드폰 뒤판이 떨어지는 둥 여러 불편함이 있었지만 메인으로 쓰고 있지 않으니 자연스레 이정도면 됐지 싶은 마음으로 방치해두었다. 그렇게 방치해두다가 3일 뒤 한국에 가는 오늘, 나의 갤럭시 S20은 운명했다.

IMG_8867.HEIC 운명한 갤럭시


정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때와 같이 조용히 방 한구석에 방치해두었던 갤럭시가 화면에 하얀색 이외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의 첫 반응은 당황도 아니고 화남도 아니고 기쁨도 아닌, 묘한 그 어느 중간 사이었다. 아마 희망에 가까운 마음을 품었으리라. 껏다 키면 다시 되지 않을까 싶은 구시대적인 발상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전자기기는 냉철한가보다. 껏다 켜도 계속해서 화면은 하얀색인 채로 변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잘 버텨왔다가 한국에 가려고 하니 한국 폰이 운명했다. 운명의 장난인건가. 아마 2살 정도만 더 어렸어도 핸드폰이 고장나면 둘 중 하나의 극단적인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나는 하필이면 왜 한국가기 직전에 필요한 이 핸드폰이 고장이 난 거지? 라는 화나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고장났네? 새로운 거 살 수 있겠다 라는 구매욕구가 샘솟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돈도 아깝고 새로 사기도 귀찮다. 딱히 더 좋은 핸드폰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고, 그렇다고 고장이 난 사실에 화도 나지 않는다. 고장 난 건 오히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뒷면이 떨어져도 사용해왔으니 말이다).


나이가 든 것일까? 슬슬 기계한테 관대해지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무조건 최신 성능의 메모리도 커야하고 화면도 커야했는데 지금은 아이폰 미니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거든. 어른이 된 건지 그냥 해탈한건지 모르겠다.


사람에게도 슬슬 무던해지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그런 나이인가 싶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그런거지 싶다. 그냥 다 그런건가.




아, 핸드폰 어카지...

IMG_8868.HEIC 갤럭시 내부는 이렇다.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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