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끝자락의 날씨는 정말 좋다
5월 끝자락 즈음 되면 날씨가 딱 좋다. 5월 초부터 해서 5월 중순~끝자락 사이가 선선하니 햇빛도 잘 드는 제일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외투를 걸치기도 좋은 날씨이고 외투가 없어도 선선하니 긴 옷을 입어도 되고 반팔을 입어도 된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게 재미있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옷 입기만 재미있는 건 또 아니다. 날씨가 좋으면 피부로 느껴지는 행복감이라는 게 있다. 눈으로 맑은 하늘을 즐기며 그 빛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배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은 피부에 닿아 기분을 한층 올려준다. 마치 내가 이 순간에 주인공이 된 것만 한 느낌에 충만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날씨가 뭐라고 이렇게나 기분이 좋아질까 싶지만 실제로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친다. 1년 내내 날씨가 좋은 미국의 해안가 지역을 살펴보면 주민들 모두 텐션이 높다고 한다(카더라 일 수 있기에 조금 조심스럽다). 물론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은 억척스러운 말이지만 그럼에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기분을 전달해 준다. 어쩌면 내가 단순히 기분이 좋아 상대방을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반대로 웃기게도 날씨가 좋을 때 밖에 안 나가면 우울해진다. 이게 좀 재미있는 부분인 것은 날이 안 좋을 때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집 안에서 혹은 실내에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창문에 조금씩 묻어나는 빗줄기는 그 자체만으로 그림이 된다.
그 순간에 어울리는 장소가 있는 것만 같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깥이 좀 더 어울린다. 따사로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은 내 몸이 느끼기에 가장 좋은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반대로 조금 먹구름이 낀 적적한 날에는 집 안에서 혼자 바깥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고 싶다. 순간마다 어울리는 공간이 있고 그때에 존재하고 싶은 내가 있다. 참 이기적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사람의 감성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글을 쓰다 보니 '나 참 모순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것일까 라는 수용적인 생각도 든다. 그냥 날이 좋으면 바깥에 있고 싶을 수 있고 날이 나쁘면 집에 있을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잘잘못을 가려 어느 것이 우세한가를 꼭 찾아야만 하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어느새인가 이런 생각에 생각이 꼬리는 무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주말이어서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는데 반대로 5월 한 달 동안 보낸 날 중 가장 좋지 않은 날이었다. 늦잠을 자서 주말에 늦게 일어나 늦장 부리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낭비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아직도 어렵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싶어 밖으로 나갔을 때 날씨가 좋았고 순간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걸 계기로 날씨에 맞는 공간이 있는 건가 싶었다. 그냥 내가 집구석이 잘 안 맞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날씨가 좋고 말고는 핑계일 수도 있다. 그저 집안에서 무언가를 못하는 스스로를 납득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어쩌겠는가. 그게 나라는 사람인데. 날씨라는 것도 비슷하다고 본다. 날이 좋으면 좋은 거고 나쁘면 나쁜 거지 싶다. 그리고 그때그때마다 어울리는 공간이 있겠지. 비 오는 날에 고즈넉한 한옥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밖을 바라보는 순간을 잠깐 상상해 보니 정말 좋을 것만 같다. 그저 비 오는 날은 축축하니 별로지만 말이다.
우리는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날씨가 좋든 안 좋든 간에 말이다.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든 안 좋든 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삶이란 참 쉽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 매일이 화창한 날이면 좋으련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기분 좋던 바람은 눅눅한 온풍이 될 테고, 따사롭던 햇볕은 뜨거운 광채가 될 테니 말이다. 그때 가면 비 오는 날이 그립겠지. 쓰다 보니 뭐가 중요할까 싶다. 그러니 그냥 오늘에 날씨가 좋았다고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