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week
8/25 Friday
도착한 다음 날, 같은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E와 함께 학교 건물에 갔다. 학교 메인 건물은 유리로 된 외관이 으리으리했다. 리투아니아는 사실 별 정보도 없이 호기심만으로 떠난 곳이었어서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는 훨씬 근사한 학교였다.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생활에 필요한 학생증을 만들거나 보험을 가입하거나 유심칩을 구매할 수 있는 부스가 로비에 있었다. 학생증 말고는 딱히 필요한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한창 찌는 더위가 괴로웠던 한국과 달리 리투아니아는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태어나서 하늘이라는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푸르른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잔디는 말도 안되게 정확한 초록색이었다. 청자켓을 걸치곤 초록색 잔디 위에 앉아서 거대한 체스를 두는 두 남학생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타마르라고 소개하며 한 친구가 다가왔다. 타마르는 KTU의 학생이었고, 한국어로 본인의 이름과 우리의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 이후로 타마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먼저 다가와줌으로써 앞으로도 노랑머리의 친구들 사이에서 잘 섞일 수 있을 거란 마음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던 Kaunas에서 E와 내가 매일같이 들여다 본 웹페이지는 학교 홈페이지에 이전에 왔던 교환학생들이 작성해 둔 후기 페이지였다. 그 곳에서 찾아낸 대형 쇼핑몰인 MEGA로 우리는 장을 보러 떠났다. 나는 낯선 곳에서 버스타는 것을 즐기는데 그 날 창 밖으로 본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각이었고, 노을을 담아낸 거대한 물줄기가 흐르는 호수를 바라보며 MEGA로 달리고 있었다. MEGA는 층수가 높진 않았지만 가로로 펼쳐진 거대한 쇼핑몰이었다. 익숙한 H&M부터 이름 모를 브랜드, 레스토랑까지 모두 있었다. 특히 들어서자마자 보인 2층 높이의 거대한 수조에는 진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고 쇼핑몰을 더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이 쇼핑몰에는 아이들이 타도록 설계된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진 꾸불꾸불한 미끄럼틀도 있었다. 드넓은 자연과 창의적인 공간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자라나서 얼마나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게 될까 조금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