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에서의 소중한 호의

재빛여행기 - 오키나와 PART.2

by 재빛

숙소에 돌아오니, 바깥 테이블 위에 방문록처럼 보이는 파일이 놓여 있었다.

호기심에 파일을 둘러보고 있을 때, 우리의 소리를 들은 사장님이 문을 열고 나오셨다.


간단한 숙소 안내를 받으며 인사를 나누던 중, 말이 통하지 않아 대화가 어려워지자,

그는 집 안에 있는 딸을 불렀다.


중학생 정도로 보였던 딸은 놀라울 정도로 한국어를 잘 구사했다.

억양마저도 한국인처럼 자연스러워 나와 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왜 한국어가 써져있지? 의문이 풀리는 시점이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나와 호는 체크인을 무사히 마쳤고, 사장님의 아내분이 내어 주신 망고를 먹으며

우리는 이 단란한 가족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영을 즐긴다면, 근처에 프라이빗 해변이 있으니 위치를 알려줄게요."

"저는 내일 서핑을 가야하니, 체크아웃 할 땐 키를 방문에 꽂아두고 나가시면 됩니다."



꿈에 그리던 오키나와 바다에서 서핑이라니,

사장님한테는 일상적인 취미였겠지만 나는 그 말 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해졌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계속해서, 그 서핑이 혹시 가족끼리 가는 것이라면

조심스럽게 함께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여행은 이런 순간에 더 특별해진다는 기대가 엇갈렸다.


또한 호는 수영을 안 좋아해서 가게 된다면 나만 가게 될텐데,

함께 온 여행에 이런 개인 행동은 좋지 않을 듯 했다.


그럼에도 호는 "너가 하고싶으면 하는거지, 일단은 물어보는게 어때?" 라며 이해해줬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용기를 내어 사장님 댁 문을 두드렸다.


안에는 딸이 사장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는지

사장님은 조금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와주셨다.


나는 미리 준비한 번역기를 켜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혹시 내일 서핑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사장님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내일은 가족이 아니라 다른 지인들과 가기로 했어요, 미안해요."


조금 아쉬웠지만,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와 맥주와 과자를 앞에 두고, 호와 여행 계획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문을 열자, 사장님과 딸이 앞에 서 있었다.

"토요일에 어디 있을 예정인가요?"

토요일엔 오키나와 북부에 있는 '추라우미 수족관' 쪽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금요일 오전의 계획을 물어보셨고,

그때 우리는 아직 나하 '국제거리' 근처에 있을 거라 대답했다.


"그럼 금요일 오전에 데리러 갈게요, 함께 서핑하러 가요."


아까 내가 한 말에 신경이 쓰이셨던 건지,

사장님의 뜻밖의 제안에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단순한 친절 이상의 온기였다.


사장님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물론, 파도와 날씨가 괜찮다면요 :)."

나는 웃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의 딸도 환하게 웃으며 함께 가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즉흥적으로,

금요일 아침에 사장님 가족과 함께 서핑을 하게 되었다.


호도 함께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정이와 함께 쇼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여행 첫 날, 오키나와에서 만난 인연과 함께 바다로 향하게 되다니.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여행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설렘을 안고, 호와 나는 오키나와의 일출을 보기로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키나와에서의 첫 날 밤은 그렇게, 작은 기대와 함께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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