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 출신 매니저 양효나, 안세리, 클레멍띤 진희 님
[인터뷰] 베를린 테크 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 바로 가기
생각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회사 문화가 환상이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유럽의 기업에 취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양효나(이하 ‘효’): 한국보다 회사 시스템이 나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켜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저희 회사는 다양성(diverse)팀, 지속가능성(sustainable)팀, 부모지원(parents support)팀이 있어요. 회사에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잡을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각 팀별로 슬랙(slack) 채널이 있어 언제든 어려운 점에 대해 소통하고 지원받을 수 있어요.
안세리(이하 ‘안’): 제가 일찍 아이를 낳고도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시스템의 힘이 커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나의 경력 성장의 과정, 그 무엇도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이어서 감사했어요.
저희 부부는 육아 휴직 총 14개월을 딱 반반씩 같이 썼어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저와 남편이 동시에 30시간씩만 일했던 적도 있고요. 어떠한 차별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시스템과 열린 마음으로 밸런스를 잘 맞춰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또 유럽 기업에 취업을 추천하는 이유로, ‘세상은 넓고 나의 무대는 세계다!’라는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많은 분이 어떻게 해외 취업을 할 수 있는지, 채용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유럽 취업에 관한 꿀팁도 전수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효: 저는 핀립에서 이모스카웃24로 이직할 때, 육아를 하면서도 일하기 좋은 환경의 회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 문화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어요.
아는 사람이 없으면 지인의 지인을 통해 링크드인으로 연락을 했어요. 현재 주 25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이 정도 조건을 가진 회사를 찾고, 링크드인에서 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너네 회사 분위기 어때?’ 하고요. 적극적으로 자기와 맞는 회사의 문화를 알아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레멍띤 : 디자이너의 경우 보통 4~5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채용이 돼요. 1차 HR 스크리닝 및 리쿠르터 인터뷰부터 시작해서 서류, 포트폴리오 케이스 스터디, 화이트보드 디자인 테스트(심층 워크숍), 그리고 컬처 핏이 맞는지 팀과 대화를 하는 과정도 있고요. 예전에 비해서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팁이라고 하면 항상 업데이트된 포트폴리오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Behance, Dribbble과 같은 포트폴리오 플랫폼에 이를 올려 두면 더욱 좋고 케이스 스터디는 Keynote나 GoogleSlide를 이용해 최근 프로젝트 위주로 꾸준히 업데이트해주는 게 중요해요. 경험과 함께 쌓여가는 자기만의 차별화되는 전문성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보여주고 자기 PR을 계속해 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세: 서류심사는 회사에서 찾는 자격과 능력(qualification & hard-skill set)이 맞는지 보고, HR 스크리닝에서는 기본적인 소프트스킬(soft-skill)과 회사와의 컬처 핏을 봐요. 여기에서 기대 연봉이 맞는지도 보고요. 이게 맞지 않으면 애초에 양쪽의 시간 낭비가 되니까요.
요즘은 테크 리크루터라고 해서 전문 분야 스페셜리스트들이 채용과정에 참여하기도 해요. 반드시 필요한 기술 분야의 사람을 채용하려면, 그 분야의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액티브 리크루팅(Active Recruiting)이라 해서 하이어링 매니저(Hiring manager)가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아서 직접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해요. 기술 분야의 경우 보통은 먼저 전문 기술 핏이 맞는지 보고, 이 기술 수행능력을 평가한 후에 HR에서 한번 필터링을 해요.
유럽의 채용문화에서 알아두면 좋을 팁 중에 하나는 네트워크를 통한 추천제에요. 유럽은 네트워크 사회인 것 같아요. 한국의 인맥, 낙하산의 개념과는 달라요. 함께 일을 해봤던 전 직장 동료의 소개와 추천 혹은 지인의 추천이어도 영향력을 미치죠. 그래서 추천, 레퍼런스, 네트워킹이 중요해요. 모든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진짜 그 사람과 일을 해 본 사람의 소개와 평가가 굉장한 영향을 미치죠.
첫 직장도 그렇고, 제가 ‘다임러’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계기도 제 친구의 추천이었어요. 제가 자동차 디자인과 인터랙션 디자인 두 분야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이쪽 일을 하고 있었던 걸 안 친구가 이메일을 통해서 이 기회를 바로 연결해 줬죠.
효: 그래서 보통 이력서에 학교와 경력에 관한 내용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요.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이전 직장 상사에게 받은 추천서나 레퍼런스 레터를 꼭 넣어요.
세: 그래서 여기서 회사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둘 때 절대 적을 만들고 나오지 말라고 팁을 주죠. 왜냐하면, 이 사람이 어떤 회사에서 일하다 왔다는 경력이 있으면, 링크드인에 연결된 사람을 통해서 무조건 그 사람의 평판을 확인하거든요. ‘얘 어땠어?’ 하고 말이에요. 그걸 통해서 인터뷰 보기 전에 채용하는 쪽에서도 사전 조사를 해요. 지금 현재 일하고 있는 동료가 앞으로 나의 중요한 인맥이라는 생각으로 관계를 잘 만들 필요가 있어요.
세 분 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등 다양한 유럽 기업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효: 스타트업은 보통 일하는 데 정해진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나의 프로세스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에요. 단점은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지 않아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는 게 되게 어려워요.
다시 말해서 좋은 프로덕트를 내기 위해서 테스트가 필요한데, 스타트업은 그 테스트를 위한 유저를 구하는 것부터가 굉장히 어렵죠. 그래서 큰 회사들은 인사이트를 많이 갖고 있어 전략을 짜는 데 이미 정보력에서 차이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스타트업에서는 인사이트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게 감으로 갈 수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클: 잘란도도 시작 초기에는 여름 샌들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서 파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어요. 구매자들이 온라인에 와서 샌들을 주문하는지 안 하는지, 온라인 쇼핑에 대한 니즈(Needs)가 있는지 없는지를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고 인사이트를 모아가며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빠르게 발전시켜나간 것이죠.
이런 면에서 스타트업의 장점은 실행력인 것 같아요. 팀 셋업이 큰 기업 대비 작은 편이라 프로덕트 개발과 개선이 빨리 이루질 수 있어요. 또,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을 단계별로 경험할 수 있어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프로덕트가 어떻게 개발이 되는지, 어떤 식으로 마켓에 알려져 사용자 확보를 하고 스케일업 하는지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죠. 반면 단점은 반짝 나타났다 반짝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불안정적인 환경이라는 점이겠죠.
세: 저 같은 경우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장단점을 모두 고려해서 노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먼저, 유럽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한국 회사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젊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가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한국의 강점인 다이내믹하다는 점이 가장 끌렸어요. 아무래도 독일 대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그 다이내믹이 그리운 때가 많았거든요.
그리고 이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 자체가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변화와 성장을 빠르게 경험해 볼 수 있다는 부분이 저에게는 큰 장점이었어요. 이 스타트업의 가능성이 저에게는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 거죠.
제가 지금까지 유럽 사회에서 경험했던 통합(integration) 과정과 경험을 토대로 유럽 시장에 노타를 소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업계에서 선두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겠다는 꿈을 키워준 계기가 되었어요. 대기업에 비해 작은 회사이지만 꿈은 그 누구보다 크게 만들어 준 것이 스타트업의 큰 장점이에요.
세 분의 말씀을 들으니까 유럽의 스타트업은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한국과 다른 직장 문화라는 것이 있을 텐데요. ‘유럽에서는 이렇게 일해야 한다’라는 팁이 있을까요?
클: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 베를린에서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 배경에서 온 팀원들과 일을 해야 해서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도 중요하고, 그 안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필수예요. 그리고 프로덕트 개발 일은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함께 일해야 하는 게 일상이에요. 그래서 자기의 생각을 공유하는데 소극적이면 안 되고 나서야 할 땐 능동적으로 나서고 문제가 보이면 이의 제기도 할 줄 알아야 해요.
효: 적극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해요. 한국 사람들이 보통 어떤 태스크를 맡게 되면, ‘예, ok’라고 바로 긍정적인 대답을 해요. 근데 그렇게 하기보다 좀 더 핵심 질문을 던지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허를 찌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지금 제안된 비즈니스에 어떤 문제가 있고 챌린지가 있는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해요.
클: 능동성은 업무를 할 때뿐만 아니라 채용 과정에서도 중요해요. 인터뷰 과정에서도 단순히 ‘모두 ok, 모두 할 수 있어’라는 태도보다 회사 문화나 롤에 관한 질문도 많이 던져주며 관심을 보여주면 좋게 평가받아요. 시니어 역할일수록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자신감 있게 세일즈 할 수 있어야 해요.
효: 겸손한 것이 한국에서는 미덕이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아요. 소극적인 게 최악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디자인 스킬이 뛰어나고 똑똑한데, 부끄러워하거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을 많이 안 해요. 그럴 땐, 아이스 브레이킹 할 수 있는 작은 대화 거리 하나는 항상 만들어 놓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사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면 좀 더 이야기가 쉬워지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지죠.
세: 결론은 두 개인 것 같아요. 하나는 언어, 두 번째가 문화. 처음에 외국에 온 사람들은 이 두 개가 모두 어려우니까 항상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클:. 제가 경험한 한국 디자이너들이 스킬은 너무 좋은데 언어와 외국계 업무 문화의 장벽을 뚫지 못해서 주어진 디자인 업무만 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유럽에 일을 얻었다고 해서 그 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장벽을 깨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 의지가 없으면 남이 시키는 일만 하게 되고 주도해서 진행하는 임팩트 있는 일의 기회는 줄어들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해요.
세: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한창 쓸 때 저희를 서포트해주던 스웨덴 디자이너가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분은 한국인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하긴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누군가를 설득할 만큼의 실력은 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어요. 사실 디자인이 결국은 스토리텔링과 설득이 담긴 피칭으로 이어져야 하거든요.
클: 회사에 들어가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는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되는 커리어 고민이잖아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건 커리어 성장의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올라가는 거니까요. 그다음 커리어도 생각하게 되고요.
효: 근데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못했어요. 10년이 지나고 나니 많이 편해졌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유럽에 오신 분들께 영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취직이 돼서 오더라도 이후에 장벽이 생각보다 많아요. 일을 하다가 언어에서 티키타카가 안 되면, 집에 와서 혼자 생각하게 돼요. ‘아, 내가 그때 이 얘길 했었어야 했는데!’ 하고 이불 킥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때 독일에서 영어 학원을 다녔어요. 어차피 독일 현지인들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면 영어를 먼저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실제로 유럽으로 취업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드려요.
효: 북유럽에서 공부하고 베를린에서 살면서 날씨가 안 좋은 건 단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은 잘 고민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날씨 때문에 우울증을 겪기도 하니까요.
클: 공감해요. 겨울에 특히 힘들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아니에요. 10월부터 해가 서서히 짧아지고 12월이 되면 오후 3시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해요. 날씨가 안 좋아서 힘든 것보다 해를 많이 못 봐서 힘들어요. 비타민 D를 섭취한다거나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부지런하게 먹어줘 가며 자기 관리를 하지 않으면 빨리 피로해져요. 운동이나 다른 취미생활이 없으면 겨울철이 굉장히 우울하고 외로울 수도 있고요.
효: 그래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외국 생활이 좀 힘들 것 같아요. 직장 생활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외적인 게 생각보다 힘들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외로움을 잘 안 타거나 또는 가족이 멀리 있어도 괜찮은 사람, 아니면 사람을 잘 사귈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 적응이 빠른 사람이 적합한 거 같아요. 그래서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솔직히 ‘다시 한번 진지하게 왜 해외로 오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고 얘기해 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해외 취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잃을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제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는 좀 더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곳에 살수록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굉장히 커져요. 만약 인생에서 가족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면 해외에 와서 사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대신, 나의 커리어와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여기 와서 마음껏 펼치고 즐기라고 말하고 싶고요.
그렇지만 막연하게 환상만 가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만큼 뼈저리게 힘든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인종차별도 한국에서라면 겪지 않을 일인데, 여기서는 은연중에 겪는 일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이 힘들어서 막연히 해외로 나가고 싶겠지만 나와보면 그것보다 더한 힘듦이 있을 수 있어요.
세: 그걸 알고 오면 자신에게는 또 하나의 정보로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답답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독일에 사는 것에 큰 만족이 있어요. 특히 여기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면서 이 나라가 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고, 리스펙이 생겨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그래서 호기심 많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에게 잘 맞는 거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전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어려움 없이 정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 완벽한 사회는 없잖아요. 각자의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를 텐데, 그런 것들을 고려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때로는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본능과 직관을 믿고 “Go for it!” 질러 버려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어떤 선택을 하건 좋고 나쁜 선택은 없고 오로지 경험과 배움만 남는 것 같아요.
유럽에서 일하고, 또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의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궁금합니다.
효: 제가 처음 핀립에 갔던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해 배우고 싶었고, 제가 스스로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은 이유도 있었어요. 근데 아직까지는 ‘내 프로젝트로 무엇을 해야겠다’ 하는 특정한 분야나 목표를 찾지 못했어요. 저는 한국과 독일과의 연결고리가 있고 프로덕트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의 장점과 경험을 연결해서 10년 후에는 저만의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클: 저는 UX, 프로덕트 디자인 그리고 리서치에 저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이용해 프로덕트 관련 다양한 일을 더 해보고 싶어요.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기보다 자립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천천히 준비를 해볼까 해요. 50세 이후에도 회사라는 구조 안에 있다는 것은 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프리랜서 일이 적성에 맞고 안 맞는지는 부딪혀 보면 알겠죠.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요.
세: 첫 번째로는 노타를 글로벌한 회사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훌륭한 글로벌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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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시간가량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세 사람을 통해 유럽에서의 취업 및 직장 생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한국과 독일이 가진 문화 차이, 언어의 장벽 등이 생각보다 직장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즉, 중요한 것은 취업에 성공하는 것보다 이 취업이 ‘내 전체 커리어 인생에 어떤 그림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커리어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 최종 종착지를 ‘해외 취업 성공’으로만 삼고 왔을 때, 취업 성공 후에 겪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인생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남의 이야기만으로 ‘해외 취업’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한국은 ‘헬조선’이며, 유럽이 ‘파라다이스’라는 편협한 사고는 결국, 사실이 아니다. 나에게 득이 될 것도 하나 없다. 어느 환경에 있더라도 자기중심을 갖고, 자기 문제를 해결할 능동성이 있다면, 그곳이 한국이든 유럽이든 자신의 커리어는 멋지게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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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나 님
한국에서 홍익대학교 게임 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고, 네이버 글로벌 디자인 파트에서 인턴쉽, IBM의 마케팅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건너가 코펜하겐 인터랙션 디자인 학교(CIID, Copenhagen Institute of Interaction Design)에서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베를린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디자인 에이전시 아이콘 모바일 그룹 (iconmobile group), 핀테크 전문 컴퍼니 빌더 (company builder) 핀립(Finleap)을 거쳐 현재는 독일 최대 부동산 플랫폼 이모스카웃(ImmoScout24)의 리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hyeona/)
클레멍띤 진희 님
프랑스-한국 혼혈로 자라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고 프랑스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을 졸업하고, 파리에 있는 LG 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UX 연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베를린의 아이콘 모바일 그룹 (iconmobile group)의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베를린에 첫 발을 딛게 되었다. 현재는 유럽 최대의 패션 이커머스 기업 잘란도의 프린시펄 프로덕트 디자이너(Principal Product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clementinejinhee/)
안세리 님
계명대학교 산업디자인 학과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디자인 인재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 우메오 대학 디자인 스쿨(UID, Umeå Institute of Design)에서 트랜스포테이션 디자인(Transportation Design) 석사를 마쳤다.
이후 아이콘 모바일 그룹 (iconmobile group) 산하 아이콘 인카(icon incar)에서 자동차 UX/UI 디자인을 하면서 베를린으로 오게 되었고, 이후 베를린 맥킨지 디지털 랩에서 자동차 OEM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후 5년 넘게 다임러 플릿 보드 이노베이션과 다임러 트럭에서 리드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독일 대기업 내 혁신 부서에서 일하다, 최근 한국계 베를린 스타트업 노타(Nota AI)의 제너럴 매니저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다.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seri-saekyoung-an/)
* 이 글은 <원티드>의 [해외 취업의 모든 것 '유럽]에 기고하였습니다.
이은서
eunseo.yi@123factory.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