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 베를린 CRO 캐서린 비숍, 창업자 한나 통해 '자극'
커버사진 출처=팩토리 베를린 홈페이지
팩토리 베를린 CRO 캐서린 비숍, 매칭 프로그램 통해 만난 창업자 한나 통해
'자극'
내가 팩토리 베를린에 입주한 것은 지난 2020년 2월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2019년 12월에 방문해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때 우리 방문팀을 맞이해주었던 팩토리의 CRO인 캐서린 비숍(Catherine Bischoff)을 만나게 되었다. 캐서린은 캐나다의 스타트업 씬에서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운영하다가 현재 팩토리 베를린의 CEO인 니코 그라만츠(Nico Gramenz)와의 인연으로 베를린에 오게 되어 현재 3년 반 정도 팩토리를 함께 이끌고 있다.
캐서린 비숍과의 만남
당시 나는 유럽에서 가장 선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기관의 C-level을 만난다는 것 그 자체로 상당히 설렜다. 만남은 짧지만 아주 강렬했는데, 본인의 상황을 예로 들며, 가끔 아이나 반려견 등을 데리고 와서 일할 수 있는 팩토리의 편한 환경, 팩토리 내의 여성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캐서린이 가진 역동성이 팩토리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캐서린과 한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 나도 비슷한 여성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무작정 팩토리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구체적인 사업 아이디어는 없었지만, 내가 가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고심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일단은 어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보자는 것이 나의 첫 목표였다. 내가 팩토리에 들어오게 된 것도 ‘한 사람’ 의 영향이었던 것처럼, 나도 이 커뮤니티 내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한 사람’ 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입주와 함께 코로나도 시작되었다.
매치메이킹을통한 네트워킹
조금 절망적이었다. 내가 꿈꾸었던 다양한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행사 후 삼삼오오 모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만남에서 상당히 낯을 가리는 편인 나에게는 아마도 모두에게 오픈된 그런 네트워킹 파티에서의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 팩토리에서는 2라운드에 걸친 온라인 매치메이킹 행사가 열렸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1라운드에서는 ‘나의 관심사, 내 사업 계획, 내가 만나고 싶은 영역의 사람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나에게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프랑스인 여성 컨설턴트와 1대 1로 매칭이 되었다. 한국과 독일을 잇는 일을 하고 싶은 나에게 프랑스와 독일을 연결하는 그녀는 현실적인 조언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에 대한 지지를 보내 주었다.
2라운드에서는 1대1 매치메이킹이 아닌, 4명을 한 그룹으로 엮어 그룹 매치메이킹을 진행했다. 내가 속한 그룹에서 캐나다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샤우나(Shauna)와 쉬프트(shift, https://shiftfm.app)라는 운동용 음악 플레이어&팟캐스트를 만드는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노르웨이인 트룰스(Truls), 그리고 이벤트, 케이터링 매니지먼트 회사의 창업자인 프랑스인 한나(Hana)를 만났다.
내가 핵인싸??
우리는 단체 슬랙 대화 방에서 서로에 대해 소개를 나누고 각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떠한 만남을 원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마치 미팅을 하는 듯한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이 방에 초대된 4명 중 3명이 한국에 매우 관심이 많아 나는 원치 않게도 그 그룹의 인싸(?!)가 되고 말았다. 개발자나 IT업계의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좋아, ‘한국=기술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문화나 이벤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BTS, 블랙핑크 등의 케이팝과 김치, 비빔밥 등의 한국 음식은 이미 가장 트렌디한 것이었다. 나는 곧이어 가장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던 한나와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오프라인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또 다른 핵인싸 한나와의 만남
한나는 상하이, 마드리드, 파리에서 공부 하고, 베를린으로 와 우버(Uber)와 에어비엔비(Airbnb)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자신의 회사인 트레블로끄(travelogue.co)를 창업한다. 팀 이벤트, 세미나, 회사워크샵 등에 필요한 공간, 음식,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기획하고, 이를 진행하는 일을 하는 회사이다. 시간당 또는 하루, 주 단위의 프로그램 등 시간 길이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회사 내 워크샵 공간 활용하거나 회사 밖의 특별한 이벤트 공간 또는 회사를 떠난 먼 여행지를 활용하는 등 공간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트레블로끄에는 한나를 비롯해서 소셜미디어/콘텐츠 매니저, 이벤트매니저, 세일즈 매니저, 파트너쉽 매니저, 포토그래퍼 등 총 6명이 일하고 있다. 공간 섭외에서 케이터링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트레블로끄에서 준비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파트너십이 한나의 회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한나는 처음 베를린에 와서 창업을 하려 했을 때, 많은 기업가들을 만나고 좋은 케이터링 업체를 찾아다니며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최소 하루에 2번의 미팅, 많게는 하루에 5번의 미팅을 참여했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저녁에 열리는 베를린의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창업 준비를 하면서 세어보니 1년 동안 약 4,000명의 사람들을 만났고, 이를 통해 약 80개의 케이터링 관련 업체와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한나는 페이스북의 Berlin Experience Makers 라는 그룹을 운영하며, 베를린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실제로 팩토리 베를린에서 나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데,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나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갈 정도였다.
"사람과 경험을 중점에 둔 연결"
트레블로끄는 직접적으로 이벤트 및 요식업과 연관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애초에 본인이 중점을 둔 것은 단순히 ‘이벤트 기획' 이나 ‘케이터링'과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 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여전히 사람을, 특히 다양한 국적과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현재 자기의 일이라 했다. 나는 베를린에 있는 한국 사람들, 그들의 관심사, 베를린 내 한식당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결'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한나에게 작은 ‘피칭'을 한다 생각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는 트레블로끄를 그대로 이끌어 가면서도, 코로나 시기에 어울리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오픈하였다. 즉, 트레블로끄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를 통해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로 고립감을 느끼고 소통의 부재를 느끼는 직원들을 위한 심리상담, 재택근무 환경 개선 조언, 자기 계발 루틴에 관한 조언 등을 전문가 그룹과 함께 제공하는 MINDT(mindt.io) 사업을 시작하였다. 즉, 직원 개인의 성장과 행복이 결국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들에 팀 코칭을 하고, 이를 모두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코로나 시대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MINDT는 코워킹스페이스 WeWork, AI챗봇 구축 IT 기업 Rasa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된다. 다른 무엇보다 자기가 가진 화두인 ‘사람'과 ‘경험'에 집중하여 지속해서 사업을 발전 시켜 나가는 한나의 모습이 나에게는 큰 힌트를 주었다.

이은서 eunseo.yi@123factory.de
*본 글은 <비즈한국>의 [유럽스타트업열전]을 편집 및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