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라는걸 몰라요 내이름은 So young(너무 젊어)
처음 시드니 공항에 내렸을 때,
내가 자신있게 내 뱉을수 있는 영어는 중학교 책에나오는 "i'm so-young" “Thank you" 딱 단답형 영어 뿐이였다. 공항 게이트를 지나며, 머리속엔 수십번의 물음표가 떠올랐다.
‘영어도 못하면서 몇달동안 내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과연 생활 할수 있을까’
'영어도 못하면서 대체 무슨생각으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3박4일 ,5박6일 여행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섰다.
어학연수라는 이름의 도전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보기’라는 본격적인
인생의 실험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20대때, 30대 거쳐가는 과정이지만
40대에 떠나는것은 큰 모험이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 서툰 시작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줄은.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나
시드니의 첫날은
눈부시게 맑은 하늘과 함께 시작됐다.
길모퉁이마다 다른 억양,
다른 인종, 다른 향기.나는 단 한마디도 유창하게 할 수 없었지만,
웃음만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언어보다 표정이 먼저였고,
표정보다 태도가 먼저였다.
No worries
호주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You’re welcome처럼
물건을 살때, 길을 지날때도,버스를 탈때도
감사하다고 하면
언제나
문제없어요/걱정 마세요
No worries 웃으면서 대답해준다.
한국에서 오랜직장생활로 굳어버린 무표정
사람들과의 관계들로 부터 닫혀버린 마음들이
미소와 '문제없어요/걱정 마세요' 한마디로
무장해제 되는 순간들이였다.
어느날 학원에 옆에 앉은 남미 친구가
“너 왜 항상 웃고 있어? 뭔가 행복해 보여.”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통했구나’ 싶었다.
말은 서툴지만, 마음은 닿고 있었던 것이다.
학원의 끝내고 마지막 서프라이즈 파티때
반친구들이 나에게 건네준 롤링페이퍼에
적어놓은 문장에는
"넌 너무 사랑스러워, 넌 귀엽고 재미있어"가
"너는 정말 우리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줬어" 라고
모두 적혀있었다.
한국에서는 여자나이 마흔
나이게 맞게 , 직급에 맞게
회사에서의 책임감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중압감을 늘 안고 지내야하며
사회적인 통념에 맞게 결혼, 엄마라는 위치에 놓아져야하는 나이였다.
하루하루 걱정 근심들로
늘 피곤해있던 나의 표정들은
여기서는 신기할만큼 단 1명도 눈치채지 못했다.
'몸으로 말해요' 영어 단어 맞추기
아시아, 남미 , 유럽 다양한 학생들 문화 알아가기
영어를 배우러 왔지만 책보다는 눈을 맞추면서 퀴즈를 풀어가고
선생님과 어제했던 일, 시시콜콜한 얘기를 던지면서
영어 문장이 한문장에서 두문장, 두문장에서 세문장 늘게 되었다.
단 한명도 나의 직업과 나의 나이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않았다.
신기했지만, 한국이 궁금했지
직업, 나이는 나를 알아가는데 중요치 않고, 우리가 서로 친구가 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였다.
첫수업 자기소개 시간,
내 이름은 항상 예쁜 영어로 얘기해야한다는 생각에
' ashley'라는 이름을 정해서 불렀는데
마지막에는 so_ young 이라고 내 이름을 바꿨다.
내 이름속에는 so _ young ("나는 젊어" " 나는 어려") 라는
생동감있고 밝고 사랑스런 뜻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조금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hello 보다,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손을 흔들면서 “안녕! Annyeong!”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은 나의 제스처와 단어가 재미있던지
그날 이후 친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안녕~ 안녕~” 하며 손을 흔들었다.
"소영 쑤영~ 안녕"
복도, 카페,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서도.
그곳에서 나는 언어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어느새, 영어 한마디 못하던 내가
“안녕(Annyeong)”이라는 한국어를 가르치며 친구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어를 가르쳐주면서 나도 배웠다.
말보다 진심이 먼저라는 걸,
발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표현하는 용기가
모든 벽을 무너뜨린다는 걸.
부끄럼보다는 용기 였다. 누구나 처음엔 서툴다.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개미같은 목소리 내 발음이 맞나 한번 점검하고 나를 체크했다.
하지만 어학원 생활을 하면서,
그때 나를 이끈 건
완벽한 발음도, 유창한 문장도 아니였다.
그저,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마음뿐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나로 살아보는 것.
그건 어쩌면
내 인생의 첫 번째 “진짜 성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 시드니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선명했다.
그때의 나는 매일이 실패 같았고,
매일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나는 안다.
새로운 경험은 늘 두려움으로 시작되지만,
끝은 언제나 성장으로 끝난다는 걸.
어학과정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학원을 나오는데 안내데스크에서
" 너가 말로만 듣던 한국어 그 "안녕" "안녕"을 전파하는 "소영"이구나! 하는데
태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터키 친구들 엘레베이터에서
아~ 나의 몇달동안 '안녕라이팅'이 제대로 잘 먹혔구나 생각이 들며, 흐뭇했다.
처음 낯선 학원에서 문을 열자마자
포르투칼, 아르헨티나, 브라질, 태국, 콜롬비아, 몽골 모든친구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의 눈빛으로 나는 보는 눈이 낯설어 두려웠는데 , 지금은 평생 잊지 못하는 나의 고마운 친구들로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