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선천적으로 겁이 많았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두려웠다. 어릴 땐 귀신이 그렇게 무서웠다. 가끔 티비에서 나오는 귀신이나 괴물, 악령 같은 것들을 보면 그날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나는 겁쟁이였다. 그래서 어두운 곳에 발을 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몸만 커졌지 속은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걸 하는 건 여전히 어려웠다. 그게 습관이 됐는지 본능적으로 피하기 바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는 게 버거웠다. 사람의 천성이라는 건 기계 부품을 바꾸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두려움 때문에 원하는 걸 못했던 게 참 많다.
가끔은 그게 후회가 되기도 한다.
겁내지 않았다면 경험해 봤을 텐데, 그냥 눈 딱 감고 시작했으면 됐을 텐데.
근데 또 시간이 지나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은 간단해 보여도 그때의 나는 어려울 수도 있을 테니.
극복해 보려 노력은 했었다. 한 밤 중에 홀로 공포 영화를 본다거나,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 본다거나, 새벽에 산속을 돌아다닌다거나. 덕분에 이제 귀신은 무섭지 않다. 직접 눈으로 본 게 아니라면 믿지 않는 성격 탓인지 귀신은 없다고 믿게 되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본 적은 없다.
다만, 사람이 귀신보다 무섭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남들에게 말한다. 나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나는 아직도 무서운 게 많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결과부터 생각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거 같다. 특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안 좋은 결과를 먼저 떠올리니 당연하게도 시작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이건 문제점을 안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영원히 바뀌지 않는 천성이라는 걸 나는 아니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에 주저앉아 있을 생각은 없다.
그건 죽는 것보다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