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하던가.
그걸 직접 인지해서 깨달았을 나이가 13살쯤이었으니, 어쩌면 나는 지금의 미래를 내다봤던 걸 지도 모르겠다.
책임을 지는 게 싫었던 거 같다.
성인이 되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들어왔기에, 태생부터 힘든 걸 싫어했던 내게 어른이란 무게감은 압박으로 다가왔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되었다.
처음엔 좋았었다.
미성년자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음주가무를 즐기고, 더 이상 부모님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으니까.
그럼에도 딱히 어른이 됐다는 자각은 없었다.
정신은 아직 학생 시절 그대로인데, 육체적 나이만 20살을 넘긴 기분이라고 해야 될까.
대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건 고등학생 때보다 훨씬 자유롭지만, 스스로 해야 될 일이 많아졌다는 거다.
강의를 듣고. 조별 과제를 하고. 때때로 시내에 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즐기는 생활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가 복학을 해서 졸업을 했다.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 나는 더 이상 무엇도 아니었다.
취직 준비를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뭘 해야 될지 확실하게 선택을 했었던 게 아니기에.
글을 쓰는 일이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대학교 전공과 관련된 분야로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면접을 보고 취업 준비를 하며 역시 사회생활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솔직히 회사를 다녔던 것보다 면접 과정이 더 떨렸던 거 같다.
면접 본 두 곳에서 모두 합격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한 곳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중소기업이었고, 다른 곳은 집 근처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홀로 타지에 떨어져 사는 게 불안했던 나는 집 근처 회사로 가게 되었다.
일을 한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는 건 아무것도 없고, 체계적으로 뭔가 짜인 곳도 아니라서 어려움을 겪었었다.
뭐 나름대로 적응을 하며 회사를 다니긴 했지만, 일을 점점 하다 보니 내 적성과 거리가 멀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타인과 의견 충돌을 겪으며 일을 진행한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해진 대로 딱 해야 되는 게 아닌,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서 해야 되는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도 같다.
3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그리고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서 무작정 소설을 썼다.
예전부터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시작은 했지만, 이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종일 앉아서 머리를 굴리며 원고를 써 내려간다는 건 소리 없는 전쟁과 같았다.
책임.
이제는 그걸 짊어져야 할 나이가 찾아왔다.
막연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기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죄어오는 압박감은 무시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어른이 싫다.
솔직히 말해 평생 어린아이처럼 먹고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완벽을 바라며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 목표를 쫓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이 또한 나의 선택이고 책임져야 할 과업이다.
뭐가 조금 잘못되면 어떤가.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살면 나름대로 살 만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이 있기를 바라며.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걸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