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by 사해

나는 언제나 시작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고민이 많아서 그랬던 거 같다. 언제나 걱정이 앞섰기에, 불행한 미래만을 그리며 시야를 가려버렸다.


노력해 봐도 좀처럼 고쳐지진 않았다.

매번 시작을 하다가도 뒤를 돌아보고, 옆에서 달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바빴다. 그래서 정작 내가 얼마나 걸어갔는지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실패를 걱정하고, 열정을 쏟아본 적도 없으면서 쓸데없는 고민들에 파묻혔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한동안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딜레마라고 하던가.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쳇바퀴 속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알고는 있었다.

남들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는 걸.

결국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면 내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그래서 억지로 발을 잡아끌었다. 나태를 집어던지고, 고장 난 마음을 두드려가며 열심히도 노력했다.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 마저도 못하면 더 이상 나는 나라는 사람이 아닌 게 되어버릴 거 같았으니까.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걸까.

아주 조금이지만 나는 목적지에 한 발 가까워졌다.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손 놓고 있을 때보단 훨씬 나았다. 무기력하던, 절망감에 빠져있던 순간보단 사람 사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목적지는 아직도 멀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 멀리 위치해 있다.


항상 그래왔듯,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그래도 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결과는 목적지에 도달할 동력이 되어줄 것이고.


그래서 오늘도 기어코 한 발을 내딛는다.

목적지에 닿을 그 순간까지.

작가의 이전글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