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어렵다

by 사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매번 처음이 어려운 거 같다.


그렇다고 그 뒤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순간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평균적인 인간들보다 새로운 것에 취약한 편이다. 처음 하는 일이라면 손이 벌벌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박동하기도 한다.


나는 겁이 많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현실에선 어두운 밤에도 공포 영화를 즐겼던 나인데, 이상하게 다른 부분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게 참 싫었다.

매번 주눅 들고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부단히 고쳐보고자 노력해 봤으나 인간의 천성을 바꾼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시작하는 거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다.

막상 하고 나면 별 거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일을 벌이기 전까지는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최악의 상황을 염두한다.


하면서 받을 스트레스마저 시작도 전에 두 배로 대출받는 거다.


근데 알면서도 바꾸질 못한다.

어렵지만 풀 방법이 있는 문제라면 모를까, 답도 없는 문제를 수십 년간 달고 살아봤는가?


답답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천성이 이렇게 태어났으니 주어진 대로 살아갈 수밖에.


아직도 노력은 한다.

그게 뜻대로 풀리진 않지만 어쨌거나 도망치진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냥 하자.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좋으니 일단은 시작부터 하는 거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아마 나 같은 인간들을 뒤에서 밀어주기 위해 만들어낸 말일지도 모른다.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은커녕 실패조차 겪을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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