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나란 인간은 꾸준함이 부족하다.
무언가를 진득하게 붙잡고 있던 경험이 많지 않다. 공부를 해도, 일을 해도 항상 금세 실증을 내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학창 시절엔 펜을 쥐고 있던 시간이 적었다. 원론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재미가 없었던 거 같다. 이걸 알아서 뭐할건데. 나중에 쓸모도 없잖아. 흥미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결과는 항상 같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란 얘기는 많이 들었다. 어른들은 항상 높은 성적을 받는 게 최고라고 말했으니까.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 등수를 올리고,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성공한다. 그래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땐 그냥 공부가 싫었다. 사실 지금도 싫어하지만 그땐 유난히 공부하는 걸 꺼렸던 거 같다. 복잡한 수학 공식을 머릿속에 집어 넣고, 어려운 영어 단어를 외우고, 이해되지 않는 과학 정보를 익히는 과정 자체가 내겐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초등학생때는 수학을 좋아했다. 처음으로 백점을 맞았던 기억도 있으니까. 중학교 과정을 배우면서 x라는 미지수가 나왔을 때부터 손을 놨었다.
분명 처음엔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체 왜 a가 b가 되는 건지. 공식을 알아도 응용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하나를 익히는 시간이 무척 길었다. 남들은 한 번에 보고 이해하던데 그게 되질 않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수업에서 수학을 듣는데, 하나를 풀고 있으면 선생님은 벌써 다음으로 넘어가 있었다. 몇 차례 반복되니 어느새 진도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내 머리론 저걸 시간 내에 이해할 수 없구나. 인정하니 공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려면 붙잡고 열심히 할 수는 있었을 거다. 근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땐 공부의 필요성을 그렇게 느끼지도 못했고, 성적이 바닥을 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곁에 없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공부는 못했다. 중간부턴 하려는 노력조차 없었으니 잘 할 수가 없었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고 공부할 성향은 아닌 거 같아서. 아마 더 열심히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 않을까.
회사에서 학벌이 좋은 학생을 뽑는 이유는 공부에 시간을 쏟아부은 시간만큼 인내력이 검증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그 만큼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을 거고, 그건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있는 성격이란 뜻이다. 나 같아도 같은 조건에서 사람을 뽑는 다면 학벌이 좋은 사람을 뽑을 거 같다.
뭐 아무튼. 그래서 회사에 다녀도 1년 이상 근무한 적이 없다. 다니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니면서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반복했다. 힘들어서 그만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관심있는 분야는 꽤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단 게임. 참 많이도 했다. 그 동안 플레이했던 게임만 나열해놔도 상당한 분량이 될 테니. 물론 재미 없는 게임은 바로 접었다. 가장 길게 했던 게임이 2천 시간을 넘겼었나. 부계정으로 만든 아이디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일 거다.
하여튼 편식이 심했다. 재밌으면 하고 재미 없으면 안 한다. 이 빌어먹을 천성은 당최 바뀔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보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기 싫은 걸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기 싫은데. 왜. 왜 해야되냐고 계속해서 질문이 쏟아지는데 그걸 견디면서 하는 건 더 큰 스트레스도 다가온다. 알고는 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근데도 하기가 싫다. 가만보면 고집이 상당한 거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젠 좀 끈기있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 못된 천성은 계속해서 하기를 꺼려한다. 하고 싶었던 게 해야 되는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 거 같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나는 아마 평생 하기 싫은 일만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아니라 확신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니까.
그러니까 제발 좀 열심히 해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