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버티는 부모님들에게
쉬어야만 하는 시간
여름이다.
습도가 높고 햇빛은 뜨겁다.
식물을 많이 키우고 사랑하는 식집사로서의 자부심이 큰 나도 여름이 되면 식물 돌보는것을 멈춘다.
이 시기, 우리집 베란다의 꽃들도 '휴지기'를 갖는다.
성장을 멈추고 무조건 쉰다.
한마디로 버티는 시간.
그냥 숨만 쉬는 시간.
버틴다는 건
그저 살아 남기 위해 아주 작은 숨만 쉬며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쓰는 상태다.
성장하고 꽃을 피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상태다.
나는 이 시기엔 베란다에 잘 나가지 않는다. 덥기도 하지만 시들해지는 식물들을 보며 뭔가 하려 하고, 해주고 싶고, 초라한 모습들에 실망하고 조바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다짐했던 마음에 금이 갈까 염려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식물을 키우며 인생을 배운다.
눈과 마음이 즐겁기도 하지만 영감을 얻고 깊은 깨우침을 받기도 한다.
식물을 키우며 삶을 배우는 거다.
사람에게도 버티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한여름의 정오처럼.
그땐 어떤 조언이나 격려도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휴지기의 식물에게 물,비료, 햇빛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식물을 상하는게 만드 데 일조하는 것처럼.
이럴 때는, 단 하나의 위안 거리인 바람이 되는 거다. 보이지 않지만 옆에 머물며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상하지 않도록 스치는 바람. 식물은 힘이 들어도 바람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재수를 하고 있는 지난해 고3들
그리고 다른 진로를 선택하며 애쓰고 있는 많은 젊은 이들에게 지금은 힘든 시기다.
열심히 하라는 말, 믿는다는 말, 잘할 수 있다는 말, 이런 말들조차 무의미하다.
그냥 버티며 이 힘든 시기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그저 바람처럼 머물며 스치며 위로해 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냥 곁에 있어만 주자고 다짐한다. 스치는 바람처럼 가끔 흔들어 주며 혼자가 아니라고 알려만 주자고.
식물도 견뎌내는 힘이 저마다 다르듯,
사람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환경, 다정한 부모, 그것이 다가 될 수 없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저마다의 어려운 시간과 마음이 있다.
아쉽더라도, 좋은 부모로서 자식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바람처럼 머무는 시간은 부모인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필요하기에
익숙지 않은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머물러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마른 그 시간이 지나면
그때 햇빛도 주고 양분도 주면 된다.
분명 꽃은 핀다.
그냥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는 긴 시간이 필요 할 뿐.
더운 여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 과일처럼, 추운 겨울을 지나야 예쁜 꽃을 피우는 수국처럼, 빈 가지로 힘든 시기를 나는 걸 그저 바라봐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혹독한 계절을 잘 지나오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부모로 산다는거 참 어렵다.
어렵지만 늘 잘 해 보고 싶은 그런 숙제 같다.
( 허나..부모의 버티기 시간은...
무엇으로 위로 받을까나...ㅎㅎㅎ
좋은거 하자. 물질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