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시네요. 날씬하세요.

이런 칭찬을 거부합니다

by 상생

나는 운동, 특히 헬스나 달리기처럼

땀이 많이 나고 힘들고 숨이 차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운동 중에 그렇지 않은 게 어디 있겠나 만,

그래도 우아한 수영은 좀 한다.


헬스장은 1년을 끊어도 한 달을 못 채우는,

그저 전기세 내주는 효도 손님이 나다.

그런데 꼭 운동을 해야만 하는 계기가 생겼다.

남편이 몸이 안 좋아진 것이다.


남편이 아픈데 내가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를 잘 돌보려면 내 몸이 건강해야 하고,

앞으로 육체적인 일도 남자만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를 수소문해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잘 구슬려서 시킨다’는 선생님을 찾았고,

지금은 운동을 시작한 지 세 달째다.


나답게 꾀도 부리고 엄살도 피우며 운동을 하던 어느 날 낯익은 여성분이 인사를 건넸다.

아래층에 사는 젊은 엄마였다.

다른 운동 센터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던 분이다.


항상 브라탑을 입고 레깅스를 신고, 여리한 몸,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로 무게를 들어 올리던 그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이 센터에도 오래 다닌 멤버라고 하시며 선생님께서도 둘이 아는 걸 반가워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니~ 조금만 운동하면 엄청 예쁘실 것 같아요.

근육도 잘 붙게 생겼고 몸도 탄력이 좋으시잖아요.

물론 지금도 예쁘시지만요." 살 빼라는 이야기를 곱게도 해준다.


안다.

예쁘고 날씬하면 좋다는 거. 그거 옛날엔 나도 해봤다. 날씬하고 예뻐서 칭찬받고 눈길 받고.

그런데 그런 게 나는 행복하지는 않았다.


나이 들어서의 날씬은

먹는 걸 좋아하고 주류와 안주를 맞춰 즐기는 내겐

혹독한 시련일 뿐이다.

산오징어회와 어울리는 청주

와인과 찰떡궁합 산뜻한 해물요리

시원한 맥주와 어울리는 먹태를 포기해야 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먹는 자리에서 살찐다는 소리와 다이어트해야 한 다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나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내가 못마땅했다.

타고나길 날씬으로 타고나면 좋겠지만

먹는 게 태우는 거보다 더 많은 내겐 어려운 일인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날씬을 포기했다.

볼륨감 덕분에 실제보다 더 통통해 보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다.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소화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 단순하고 원초적인 기쁨을 나는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이 나의 즐거운 인생이다. 그래서 예뻐질 수 있다는 말을 싫어한다.


“지금도 예쁘지만 더조금만 운동하면 엄청 예뻐질 거예요." 여기엔 다이어트도 포함이 된다.


사양한다.

나는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프레임 속에 갇히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 그것이 예뻐서였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운동을 한다. 과식을 하지 않는다.

기운 좋고 기분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치관은 다르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나는 그 범주는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냐는 것이다. 외모로 사랑받는 건, 외모가 변하면 끝난다.

하지만 건강과 자신감은 변하지 않는다.


날씬한 그녀는 오늘도 브라톱에 레깅스를 입고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무게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래도 예쁘긴 하다. 보기에도 좋다.

그것이 그녀의 행복이라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행복의 기준을 나에게 들이대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나답게 운동한다.

예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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