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말고 이해하자
나는 소심하고 까칠하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남편과 함께 산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보니 남편이 굉장히 차가운 사람처럼 표현이 되었지만 한편에서는 나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불쌍한 어르신들, 가여운 아이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남편의 특징은 아와 전혀 다른 조심성에 특화된 면이다.
남편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며, 사회와 사람,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좋은 면도 있지만 나를 위축시키고 상황을 의심하게 만들며, 사람이나 생활이 재미없게 느껴지게 만드는 맛없는 양념 역할도 한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고 주변에 지인이 많은 반면 남편은 사람에 예민한 사람인만큼 모임을 힘들어한다. 여러 사람들 중에 거슬리는 사람을 참기 어려워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나도 거슬릴 자기 자랑, 예의 없음을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지만 나의 경우엔 그 사람 하나로 다섯 명의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포기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그 그룹의 만남은 포기한다.
워낙 똑똑하고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 젊은 시절 나는 남편의 말을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고 따랐다. 나는 그에 비해 모자라는 면이 많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친구 모임이 있었는데 장말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비가 오니 모임에 가지 않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였다. 소나기처럼 비는 계속 쏟아지고, 당연히 모임 톡방에 “비가 많이 와서 못 가겠다”라고 알렸다.
그날 톡방은 난리가 났었다.
“비가 오는데 왜 못 나오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남편이 걱정되니 가지 말라고 한다”는 내 말에 다들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눈치였다. 호우 경보도 아닌데, 단순히 비가 많이 온다는 이유로 약속을 취소한다니 이해가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
그때부터 인 것 같다. 내가 못 가겠다가 아니라 남편이 가지 말라고 한다는 말에 뭔가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비 오는 날의 외출은 조금 귀찮을 수 있으나 못 갈 정도는 사실 아니었다.
세월이 더 흐른 지금 돌이켜보니, 그 모임 안에는 계획이 흐트러지는 것을 싫어하는 계획형 사람들이 많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동시에, 약속을 그렇게 쉽게 포기한 내 모습이 나답지 않다고 느껴졌고 그런 상황에서 너무 비난받을 일은 또 아니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도 그날의 각성이 내겐 트리거였음을 확신한다.
그날 이후, 날씨 때문에 약속을 먼저 취소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게 되었다.
남편의 나와 다른 좋은 점은 직장에서는 굉장히 친절하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건데 그건 완벽함을 추구하는 정신,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조심성 덕분이기도 하다. 직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그지만 사실 본래 모습은 완벽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의 특성 때문인데, 까칠한 면을 참고 어떤 사람에게든 자상하게 대한다는 게 참 놀랍다. 반면 나는 모든 사람에게 자상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겐 표 나게 못되게 굴어서 가끔 차가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거다.
자기가 가진 많은 좋은 점들이 있음에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외모인지
남편은 종종 “다시 태어나면 장동건 같은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그면에서는 또 나는 반대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평범한 외모는 괜찮고 똑똑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놀랍게도 MBTI가 정반대인 우리는 8년 동안 싸움 한 번 없이 연애를 했고 30년 동안 부부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한참을 살고 나서야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알게 되었고 각자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존중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 듯 모른 듯 살았고,
불편한 점을 참고 살았는데 이제야 조금씩 알고 참는 게 아닌 이해의 단계로 넘어가는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고
특히 가까운 사람을 나 자신과 같다고 여기며 유심히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만 같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으로 바라보지 못해서, 살아가는 동안 사람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주고받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제야 깨달은 진정한 ‘다름의 인정’으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을 바라본다. 그 결과 훨씬 너그러워진 나를 발견한다.
사람이 살면서 인간관계로 얻는 마음의 상처를 생각한다면,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주차선을 밟은 차가 있다”며 투덜대는 남편을 맞는다. 피곤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 남편 같은 사람들로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나같이 편한 사람 덕분에 좀 유한 세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세상의 조화가 아니겠는가